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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pypy Dec 21. 2020

[Sep 06, 2020] Yeosu Story I

두 번째: 비 오는 날의 여행

날씨 요정과 친한 편인데,

이번 여행에서는 심술을 부리는 건지, 좀처럼 파란 하늘을 보여주지 않는다. 뭐-비 오는 걸 엄청 싫어하는 건 아니어서 불편하다는 건 없지만 워낙 큰 태풍이 오다 보니 비바람이 거세어 입장하지 못하는 곳이 생기는 것이 걱정이었다. 아침에 잠시 날씨가 개어서 천국으로 가는 계단으로 유명한 카페와 검은 모래 해변을 보기 위해,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정류장은 꽤 되었지만 기대했던 거에 비해 빠르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카페에 사람이 많아 사진을 못 찍을까 싶었는데 비가 좀 와서 그런지 아침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아침 식사 전이었기에 베이커리와 맛있다던 흑임자 빙수 비슷한 걸 시키고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시간을 보냈다. 일상생활에서 늘 회사에만 있었던 나로서는 이렇게 여유 있게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는 것이 너무 소중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그 또한 좋았기에, 싱글벙글 다음 장소인 만성리 검은 모래 해변으로 향했다. 이름 그대로 검은 모래로 가득한 해변이었다. 출렁이는 파도소리에 잠시 앉아서 바다를 바라보고 바닷소리를 녹음했다. 바다에 오면 꼭 하는 게 1분 정도 바닷소리를 녹음하는 것이다. 그럼 자연 그대로의 화이트 노이즈가 따로 없다는 걸 느낀다. 또 일상으로 돌아와서 그때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게 좋아서 늘 녹음을 하곤 한다. 태풍이 와서인지, 일요일이라서 그런지 해변가 횟집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래서 근처 문이 열린 식당에서 바다 냄새 가득한 멍게비빔밥을 먹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버스정류장이 지도에 잘못 표시가 되어서 버스를 못 탈뻔하긴 했지만 그것도 여행의 하나이기에 무사히 탄 것에 감사했다.

다음 우리가 발걸음을 옮긴 건 케이블카였다. 바람이 많이 불기에 많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우린 케이블카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동백섬은 다음에 와야겠다 다짐하고서 케이블카에 탔다. 블루투스 연결을 하면 음악이 나온다기에 해봤더니 역시나 장범준의 '여수 밤바다'였다. 정말 여수구나. 그냥 여수다 싶었다. 경고처럼 케이블카는 엄청 흔들렸고 투명 케이블카를 타지 않음에 안도했다. 투명 케이블카였다면 엄청 무서웠을 테니까. 저 멀리 하멜등대도 보였고 여수가 한눈에 들어왔다. 비가 몹시 왔기에 바로 돌아오는 케이블카를 탑승했다.

바다 가까이 포장마차(?)들은 영업하지 않았기에 대로변 식당으로 가서 저녁을 먹었다. 삼합이라는 메뉴가 대표적이라고 해서 해당 메뉴와 술 한잔+탄산으로 주문했다. 여수는 밤바다라더니 다리 주변의 조명과 함께 멋진 야경이 또 다른 안주거리가 되었다. 태풍 탓에 접근이 제한된 하멜등대도 가보고 밤이 아주 알찼다. 하멜은 조선에서 박해란 박해는 다 당한 것 같은데 우리가 이렇게 하멜을 기리는 걸 안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 내심 궁금하다. 이렇게 여수에서의 밤이 흐르고 또다시 내일을 기다린다.

체크포인트: 여수 밤바다 (feat. 장범준)

NCNP카페 22,400 원
점심 24,000 원
커피 6,500 원
케이블카 30,000 원
거북이 빵 3,000 원
택시 3,300 원
저녁 51,50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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