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인생 이야기

#첼로의 인생 이야기


이현우


한 때는 음유시인,
지극히 작은 자이다
너를 알고부터

어떨 때는 명상가,
모두 버리고 부드러운 마음
텅 빈 몸속에 가득 채운다

가끔은 연극배우,
어깨 위로 세워진 꼿꼿한 자존심
스멀스멀 피어나는 외로움
파문을 일으키며 안긴다

때때로 패션모델,
머리는 가문비나무
목은 단풍나무
포플러 나무와 전나무
뒷부분과 옆부분 만들어
귀하고 귀하게 준비한다

속마음은 철학자,
낮게 깔리는 삶의 거리
굵고 부드러운 마음씨
높은음 넓이만큼 깊은 속

낭만을 아는 작곡가,
서러운 무명시절 흘린 눈물
바흐와 헨델의 눈에 띄어
바흐, 첼로 위한 다섯 곡
소나타로 꽃 피우며 웃는다

언제나 좋은 친구,
베토벤의 끈질긴 사랑
더블베이스와 작별하며
외로운 지난 세월 떠나며

멋스러운 인생,
중년 신사의 중후한 목소리
욕심 없이 살아온 진솔한 떨림
가슴을 저미며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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