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크리스마스

(수필)

이현우


첫눈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 번씩 추운 겨울을 더욱 길게 느껴지게 하는

보고픈 친구, 그리운 옛 추억들

흰 눈이 날리는 크리스마스날 호호호 웃으며

하얀 콧수염을 달고 우스꽝스럽게 나를 보며 반기던 마음 좋은 아저씨,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조그만 시골교회에 모여 크리스마스에 발표할 연극 준비, 캐럴 준비, 성시 낭송 등 연말연시에 모든 교회 행사에 대미를 장식하며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로 상징하는 풍성한 과자봉지와 음식들,

먹거리 귀하던 때 푸짐하게 주었던 음식과 선물들

춥고 배고팠던 어린 시절, 친구 따라갔던 교회는 재미있고 즐거웠던 놀이터였다

그때 그 시절에는 교회 선배들 치는 기타 소리가 얼마나

듣기가 좋았는지 난 밤새도록 치며 노래하는 중고등학교

선배형들이 부럽기만 했다

12월 성탄절 눈이 오기만을 기다리던 어린 동심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소원하며 기도하기도 했지

얼굴만 쳐다 보아도 빨개지던 교회학교 그 아이와 만남도 그렇게 시작되었나 봅니다

교회학교에서 학생회 회장을 하던 나는 작은 시골교회에서 목사님을 도와 주일학교 선생님도 하고

성가대도 하고 열심히 부모님들과 교회에 다니는 착실한

신자였습니다 그래서 목사님과 교인들 사이에서 작은

목사님 소리를 듣기도 했지요

그런데 어려서 교회를 다니게 된 것은 모두 성탄절날

주는 과자봉지와 선물,

눈이 부시게 이쁘고 고운 마음 노래도 잘 부르던 여자아이 만나는 즐거움 때문이었지요

크리스마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새벽, 집집마다 다니며

새벽송을 부르며 캐럴을 불러주고 축복을 빌었던 오랫

기억들 벙어리장갑 사이로 추운 손을 녹이며 선물 보따리

쌓여 가던 사랑, 그땐 몹시도 12월 날씨가 춥게 느껴졌지요

새벽송을 돌고 교회로 돌아오면 따뜻하게 만들어 주시던

나이 드신 할머니 권사님의 라면, 맛 바람의 게눈 감추듯

맛있게 비워내고 사춘기 소년, 소녀들 따뜻한 난로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을 새우던 아련한 기억들

서로서로 좋은 감정 숨기며 몰래 주고받았던 크리스마스 카드와 선물 정말 내가 좋아하는

아이와 한 번 파트너로 마주 앉아 손이라도 한 번 더

잡고 싶었던 마음들, 이제 중년이 된 이 나이에도 옛날 풋풋한 첫사랑의 기억이 가물가물 피어납니다

크리스마스 전날 밤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잠을

잘 수가 없었지요 누가 먼저 잠들면 눈썹이 희게 된다고

하고 잠든 아이들 얼굴에 그림을 그리는 장난을 치곤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선물 주고받고

게임하다가 밤을 지새우다 새벽송을 교회 어른들과

다니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었기에

어른들도 묵인해 주시는 우리들만의 시간이었지요

그렇게 서로 어린 시절 같이 노래 부르고 서로 손잡고

게임하고 밤을 같이 새우며 크리스마스를 보내던 옛 친구들, 그때 서로서로 좋아했던 친구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12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흰 눈이 소복이 내리고

거리에 크리스마스 캐럴이 백화점에서 울려 퍼질 때면

서로의 마음을 숨기며 내가 준비한 선물이 좋아하는

친구에게 전달되기를 간절하게 바라던 어린 청춘들

언제나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던 풋풋한 사랑이야기

어릴 적 내 마음을 사로잡았던 미소가 아름다웠던

천사 같던 아이 흰 눈이 소복이 쌓이면 시골교회에 피어오르던 따뜻한 난로 위에 첫사랑,

그 아이도 지난날을 기억하며 살고 있는지 않을까


12월, 흰 눈이 소복소복하게 쌓이는 날이 오면...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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