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막내아들과 금붕어

#할아버지, 막내아들과 금붕어



이현우


심심하게 바라보는 조그만 선반 위에

동네 꼬마친구 금붕어 한 마리

팔딱팔딱 꼬리 흔들며 이사를 왔다


누나, 작은 누나, 할머니, 친구 시인들...

"혼자 살면 외롭습니다,

한 마리 더 사주세요 "


한 마디씩 거들며 충고한다

난, 부끄러운 죄인

'쏙'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쥐구멍 속으로, 아무도 몰래


누가 금방 죽을 금붕어 가져와서

피곤하다 피곤해, 짜증 부리면서도

폴짝폴짝거리며 좋아하는 호기심천국

화내고 싶어도 빙그레 웃으며

암놈 두 마리, 숫놈 두 마리

신혼살림 차려 주었다, 달콤하게


어떻게 된 사연일까?

요즘, 나도 모르게

두근두근 살짝 사랑에 빠졌다


과식 사절, 먹이 조금조금만

적당히 양보하는 현실주의자,

까다로운 금붕어 살 수 없다네

아주 아주 깨끗한 물에서는

아주 가끔가끔 물 갈아주세요

뭐든지 넘치지 않도록 충고한다


컴백 컴백 인사 나눈다

바라보며 싱글벙글

할머니 보고파서 다시 오셨을까?

먼저 가신 그리운 할아버지

금붕어와 사랑에 빠진 우리 가족

훌훌 떠나야 하는 외롭고 힘든 삶

오손도손 두 손 맞잡고

따뜻하고 변함없는 눈빛으로

한 세상 살아가면 어떨까


방긋방긋 마주 보며 웃는 금붕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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