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파는 아줌마의 향기

#생선 파는 아줌마의 향기

(수필)


이현우


해저문 저녁 왁자지껄 소란한 시골장터는 이제 막 연극이 끝난 무대와 같이 손에 한 두 봉지씩 가족들에게 줄 마음을 담은 관객들이 무대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안개와 같이 서서히 밀물처럼 빠져나간다


시골 5일장은 지역을 돌아가며 연다

서정리시장 안중시장 , 송탄 시장, 안정리 시장, 평택시장 등 지역을 떠돌아다니는 장돌뱅이들 해저문 저녁 파장하는 시장 안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가 시끄럽게 들린다

서커스 공연을 마치고 천막을 걷고 짐을 꾸리듯 보따리에 짐을 싼다

오늘 장은 성공적인가 보다 상인들의 웃음소리 시장 안에 울려 퍼진다

피곤하게 싸서 준비했을 보따리 보따리마다 내려놓았던 푸근한 마음들 새벽잠 설치고 장을 누빈 열심히 장돌뱅이의 하루해는 저물어 간다

저녁해가 뉘엿뉘엿 보따리를 싸고 퇴근할 즈음 고단한 삶을 잊기 위해 한 잔 걸친 중년의 여인의 부름에 단 숨에 달려간 나는 트럭 안에 아지랑이같이 피어오르는 생선 냄새에 머리가 아프다

낮에는 학원에서 아이들 지도하고 밤에는 대리기사를 하며 두 가지 일을 하며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며 산 지도 3년,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이렇게 톡 쏘는 듯한 냄새에 벌써 내 마음속에는 왜 많은 차들 중에 이 차를 타러 왔나

내가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긴 한 숨을 내쉰다


아니 , 이 여자는 세차도 안 하나 봐 중년 여성의 모습을 아래 위로 쳐다보며 강하고 역한 냄새에 속으로 욕을 해대며 어휴, 언제 이 운전이 끝나려나 숨을 참았다 내쉬며 창문을 열고 기분이 안 좋은 인상으로 투덜대며 쏜살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장터를 빠져나간다

"아줌마 어디 가세요"

퉁명스럽게 던진 말에 창밖에 지는 노을을 바라보며 장돌뱅이 여성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붙인다

아저씨 전 혼자 살면서 지금까지 전국의 장이란 장은 다 다녔나 봅니다


그동안 많은 아픔을 겪은 듯 떨리며 말하는 목소리에 따뜻한 마음이 전해진다

전 남편이 교통사고로 죽고 정말 살기가 쉽지 않았지요 딸아이 둘을 키워내기가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시장에서 노점상을 했는데 벌이가 시원치가 않았지요

보다 못한 친척들이 불쌍하다며 트럭을 한 대 사주셨지요 이 차로 전국을 다니며 수산시장에서 생선을 가져다 팔기 시작한 지 20년이 되어 가네요

저 혼자 아이들과 살자니 모진 생활이었지요

장날에 물건 파는 일 쉽지는 않았지만 이를 악물고 살았지요

아저씨 차에서 냄새가 많이 나지요

아무리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가 없지요

생선 비린내는 어쩔 수가 없어요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지고 부끄러운 마음에

쥐구멍 속이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아저씨 전 이제 이 냄새가 고마워요

냄새 때문에 두 딸년 대학공부도 시키고 조그만 아파트도 하나 장만했거든요

아저씨 술 먹은 사람들 태우시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저는 새벽같이 일어나 전국의 장터를 떠도는 장돌뱅이로 살아왔지만 후회는 없어요

죽은 남편과 약속을 지키고 살았거든요

두 딸 잘 키우겠다고요


내 두 눈엔 어느새 이슬방울이 맺힌다

애써 눈물을 감추려고 창문을 열고 먼 산을 바라본다

아줌마 훌륭하시네요 부끄러워할 말이 없네요

이젠 아줌마의 삶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적극적으로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아주머니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나요

한 아이는 학교 선생이 되었고요

한 아이는 대학원을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공부하고 있어요

어머니의 삶이 자녀들에게 교훈이 되었구나

조용히 지난날을 생각해본다

요즘 부모, 돈으로 키우고 쉽게 출세시키려는 사람들 이해가 안 됩니다

우리 아이들은 학원 한 번 가지 않았지요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고 엄마가 힘든 일하니까

늘 도와주는 착한 딸들이에요

이제는 연세도 많은데 힘든 일 그만하시죠

아니요, 추운 날이고 더운 날이고 길거리에서 생선을 팔 다 보니 집에 있으면 오히려 병이 나요

저는 쉴 팔자가 아닌가 봐요


소박하게 전해지는 생선파는 아줌마의 이야기에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생각난다

취객들 중에 심하게 욕을 하던 사람들, 마음을 아프게 했던 많은 사건들 그만둘까 여러 번 망설였지만 자식들 때문에 이를 악물어야 했던 수많은 밤들 차창가에 흐르는 빗물도 나의 마음을 아는지 추적추적 내리며 슬프게 울면서 간다

어느덧 덜거덩 덜거덩 달리는 낡은 트럭은

아파트에 들어서며 주차장에 편안한 잠을 청하고

생선 트럭 아줌마 내리며 대리비와 덤으로 돈을 더 주시며 하시는 말씀 나를 울게 만든다

아저씨 추운 데 고생이 많으시지요

이 돈으로 따뜻한 커피라도 사 드세요


하루 종일 노점상에서 생선을 팔고 힘들게 번 돈으로 이렇게 주시다니 돌아서 나오는 길에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억누르며 빈 하늘을 잠시 바라다본다

힘들게 산 지난 세월 속에서도 남을 생각해주는

따뜻한 마음을 대하니 이 세상이 살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아저씨, 인생 힘들지만 열심히 살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거예요 힘내세요"


귓가에 전해져 오는 따뜻한 목소리에 차가운 밤공기 훈훈해지는 것을 느끼며 가로등불은

내 그림자를 비추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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