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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돌



이현우



무디고 무디어진 흔적을 더듬는다

깊은 서랍에서 간직한 잊을 수 없는

떠오르는 삶의 남겨진 조각 조각들


지난 여름밤 꿈처럼 좁은 터널속으로

너덜거리는 삶의 기억 뒤로 한 채

깊은 한숨 속에 감금한 듯 무심하다


고단한 삶에 눌려 날렵하던 육체

생명의 빛 희미하게 잃어갈 즈음,

느리고 답답한 세상 용기잃은 요리사

새로운 부활 다짐하며 두 손을 모은다


넉넉한 마음 대장쟁이 게으름 탓하며

거친 과거를 포근하게 감싸 안는다

껍질 벗은 양파처럼 춤추는 연금술사

투박한 하루의 뒷모습을 가른다


분주한 일상속에 거칠어진 심장

오르락내리락 따스한 정성은

스쳐간 세월의 흔적을 요리하듯

눈부신 빛으로 날카롭게 마주선다

깊이 패인 만큼이나 지워도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새로운 역사를 새긴다





* 작가후기

돌아가신 아버님 명절전에 어머님을 위해

정성껏 숫돌을 갈아주시던 모습을 생각하며...

이제는 제가 어머님을 위해 숫돌을 정성껏

갈아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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