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복한 잔소리 10
#염색(染色)
이현우
어제 같은 오늘이 은빛으로 물들어 간다
동네 마트에서 골라오신 지난날의 잡고 싶은
푸른 뒷모습들 "어서 오너라 신기하게 금방 자랐네"
흰 강아지 뛰어노는 마당 빼곡하게 색칠한다
가슴에 품은 달빛 같은 소원 되돌아갈 수 없는
읽지 않는 책들 멍허니 바라보며 책장들 위에 쌓인
먼지처럼 듬성듬성 하얗게 주인 허락도 없이 셋방살이 시작한다 젖먹이 두고 떠날 수 없어 혼자 울었던 부뚜막
누워 있는 지나간 전원일기 떠올리며 물을 들인다
부끄러워 훔친 물건 숨기듯 천장만 바라다 본다
더 넉넉해지고, 더 느슨해지는 나이테 만큼이나
숨겨도 숨길 수 없는 시큼한 생활기록부
청춘의 뒤안길 새겨놓은 넉넉한 주름살 인가
토닥 토닥 어깨 두드리며 참아왔던 정성
장독대 위에 소복소복하게 쌓인 숨죽인 멍에
눅눅한 헌책방의 보물을 만나고도 모르는 척
눈 가리고 발뺌하며 미련 없이 두 손 흔들며
그렇게 쉽사리 떠날 수는 없었으리라
다시 태어나도 언제나 만나고 싶은
막아도 막아설 수 없는 자유를 향한 몸부림
*아프가니스탄 난민정부의 마지막 남은 지폐입니다
*작가후기
김광균 추일서정
"낙업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를 패러디해보았습니다
*작가 후기
염색약을 사다가 어머니와 아들
서로 염색해주다 쓰게 된 글
중년의 아들을 보며 안타까워하시는
모습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