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잔소리 33


#이사 가던 날


이현우


모든 아픔 지우려 도망치 듯

가장 멀리 기차표를 끊었다

옹기종기 모여 살던 달셋방


피곤한 듯 연탄불을 갈 때마다

추운 겨울밤 길게만 느껴졌다

시끄럽다 아이들 많다는 주인집

버럭 소리 지르는 야박함에


추적추적 내리는 서러움을 피해

밀고 당기며 쌓아 올린 리어카

급하게 이사를 가야 했던 막막함

외로운 밤 별들도 눈물을 가린다


"얘들아 조그만 참아라

좋은 집으로 이사 간다"

행여, 큰소리 날까 숨 죽이며

집 없는 설움 커져만 가던 날


꼬박꼬박 기도하시던 정성

어머니의 알뜰한 적금통장

편안한 보금자리 선물한다


모두가 잠든 교교(皎皎)한 밤

힘든 줄 모르는 가벼운 걸레질

밤이 새도록 끝날 줄 몰랐다







*작가 후기


사업부도 후 재기하신 아버님

달셋방 살다가 새 집으로 이사 가던

날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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