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걸려온 전화
이현우
세상이 고요하게 잠이 든 새벽
얼큰하게 취할만큼 취한 낮익은 목소리
"야, 이놈아 나야 나
자냐
나, 누군지 알지 "
세상을 다 차지한 듯
큰소리치는 오랜 친구
새근 새근 별들도 잠든 새벽
나에게 전화가 왔다, 맥빠진 목소리로
"이런, 나쁜 새끼가 있나"
있는 욕 없는 욕 퍼붓는다
문득 떠오른 생각,
이놈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나에게 전화했을까?
순간,미안한 마음 파도처럼 밀려온다
처음엔 퍼붓는 소나기처럼 화가 났지만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나를 친구라고 전화해주는 벗이 있어
난, 참 행복한 사람이라고
잠든 새벽을 깨지않게
소곤 소곤
힘들어 하는 친구놈에게
"조심 조심해서 들어가
힘내 이놈아, 태양은 내일도 뜨잖아"
이젠,
나도 쓸쓸히 나이먹는 걸까
새벽에 전화하는 친구걱정하니 말이다
새벽을 깨우고 떠난 불청객
무사히 잘 들어갔을까
창밖의 심심한 가로등
잠들지 않는 새벽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