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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에서의 아포리즘(aphorism) 탐구]


[시 에서의 아포리즘(aphorism) 탐구]


         이근모(시인)


  국어사전에서 아포리즘(aphorism)의 뜻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까?

이를 간략하게 정의 하면 신조, 원리, 진리 등을 간결하고 압축적인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이라고 정의한다. 금언(金言), 격언(格言), 경구(警句), 잠언(箴言) 따위도 일종의 아포리즘(aphorism) 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아포리즘은 간결하게 표현된 언어들이 명쾌하고 기억하기 쉬운 말로 나타낸다. 아포리즘은 특히 예술·농학·의학·법학·정치학처럼 독자적인 원리나 방법론이 뒤늦게 발달한 학문 분야를 취급할 때 많이 이용되었다.


 이 용어가 처음 쓰인 것은 히포크라테스의 아포리즘 (Aphorisms)이었는데, 이 책에는 질병의 증세·진단, 치료법과 약품에 대한 서술이 길게 나열되어 있다. 이 책에서 일종의 서론 역할을 맡고 있는 첫번째 아포리즘은 다음과 같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 기회는 갑작스럽고 위험하다. 경험은 사람을 속이기 쉽고, 판단은 내리기 어렵다. 의사가 자기 할 일을 준비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고, 환자와 환자를 돌보는 사람 및 필요한 모든 외부 사람이 군소리 없이 준비를 갖추고 그 일에 대비해야 한다."


잘 알려진 중세의 아포리즘 집은 1066년경 유명한 의사인 ‘요안네스 데 메디타노’가 라틴어 운문으로 쓴 것으로, 이 책에는 살레르노 의학교의 가르침이 들어 있다. 또다른 아포리즘 집은 1709년 네덜란드인 헤르만 부르하베가 레이덴에서 출판한 책이다. 역시 의학 서적이고 라틴어로 되어 있는데, 그당시 널리 퍼져 있던 의학 지식이 간결하게 요약되어 있어서 의학의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책이다. 그후 아포리즘이라는 용어는 차츰 다른 학문 분야의 원리를 적는 데도 쓰이게 되었고, 진리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진술도 아포리즘이라고 부르게 되었기 때문에 오늘날에는 격언과 거의 같은 뜻으로 쓰인다.


 그러면 시에서의 아포리즘은 어떤 것이며 이 아포리즘 적 시어는 격언과 같은 것일까?


아마도 시에서의 아포리즘은 이미지화 된 형상을 통하여 전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고 명쾌한 압축어로 시를 감상하는 독자에게 감동적이고 경구적이고 격언과 같은 느낌을 주는 시어로 창작된 시구라고 나름의 의견을 피력한다.


 이러한 아포리즘을 좀더 실감하고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래 시 감상과 함께 그 시에서의 아포리즘을 찾아보기로 한다.


사랑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물이여 너는/ 아래로, 아래로 몸을 낮춘다//

아래로만 흐르는 사랑에/ 물이여, 물이여/ 나는 그만 너에게 안긴다//

네게 안겨 흐를 때/ 물이여 너는/ 더욱 나의 몸을 낮추라 한다//

사랑은 슬픈 이별보다 더 아프다는/ 물이여 너는/ 낙하 하는 물의 아픔으로/ 언제나 나와 같이 한다.//

한 잎의 나뭇잎이 물위에 떨어질 때/ 물이여 물이여/ 나는 그 나뭇잎에 윤슬처럼 반짝 반짝/ 한 줄 시를 새긴다//

"사랑은 슬픈 이별 보다 더 아프다"//

                     

                                  <이근모의 물이여 물이여 전문>

[감상]

이 시 「물이여 물이여」에서 아포리즘은 무엇일까?

1연에서 읊으고 있는 <사랑은 아래로, 아래로 몸을 낮춘다>와  끝연의 <사랑은 슬픈 이별 보다  더  아프다>가 아포리즘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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