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시학과 시

◈시를 통해 알아보는 시인의 삶


◈시를 통해 알아보는 시인의 삶


이근모(시인)


접동새 / 김소월


접동

접동

아우래비접동


진두강가람ㅅ가에 살든누나는

진두강압마을에

와서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뒤쪽의

진두강가람ㅅ가에 살든누나는

의붓어미싀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싀새움에 몸이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엿습니다.


아웁이나 남아되든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니저 참아못니저

야삼경(夜三更) 남다자는 밤이깁프면

이산(山) 저산(山) 올마가며 슬피웁니다.



[감상]

위 시문의 글은 당시에 발표된 원형 그대로 이다.

오늘의 맞춤법으로 다시 옮겨본다.


접동

접동

아우래비 접동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진두강 앞 마을에

와서 웁니다.


옛날, 우리나라

먼 뒤쪽의

진두강 가람 가에 살던 누나는

의붓어미 시샘에 죽었습니다.


누나라고 불러 보랴

오오 불설워

시새움에 몸이 죽은 우리 누나는

죽어서 접동새가 되었습니다.


아홉이나 남아 되던 오랩동생을

죽어서도 못 잊어 차마 못 잊어

야삼경(夜三更) 남 다 자는 밤이 깊으면

이 산 저 산 옮아가며 슬피 웁니다.


먼저 이시를 감상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접동새 설화 이야기를 먼저 기술해 본다.


“옛날 어느 부인이 아들 아홉과 딸 하나를 낳고 세상을 떠났다. 후처로 들어온 부인이 딸을 몹시 미워하며 늘 구박하였다. 처녀가 장성하여 시집갈 때가 되어 많은 혼수를 장만하였는데 갑자기 죽어버렸다. 아홉 오라버니가 슬퍼하면서 동생의 혼수를 마당에서 태우는데 계모가 주변을 돌면서 아까워하며 다 태우지 못하게 말렸다. 화가 난 오라버니들이 계모를 불 속에 넣고 태우니 까마귀가 되어 날아갔다. 처녀는 접동새가 되어 밤만 되면 오라버니들을 찾아와 울었다. 접동새가 밤에만 다니는 이유는 까마귀가 접동새를 보기만 하면 죽이므로 무서워서 그렇다한다.

이 설화는 까마귀와 접동새의 생태계내의 관계와 접동새 울음소리를 설명하면서 전통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못된 계모를 둘러싼 가정 비극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소재는 비단 설화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여러 문학작품의 중요한 원천으로 작용하여 많은 계모형 소설들을 형성하게 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특히, 이 유형은 김소월의 시 「접동새」의 직접적인 소재적 원천으로서 우리문학의 비극적 정서환기에 중요한 몫을 담당한다.“(이웅백•김원경•김선풍 저 1998)


자유시, 서정시 형식의 이 시는 전통적, 애상적, 민요적, 향토적 성격을 띠고

전설을 활용하여 우리 민족의 보편적 정서를 드러내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시문의 구조를 보면 의성어(청각적 심상)를 통해 애상적 분위기를 형성하면서 유사한 통사 구조의 반복으로 민요적 율격인 7.5조 3음보의 음수율과 함께 죽음과 비련, 비탄의 구조를 이루면서 죽어서도 잊지 못하는 혈육의 정을 주제로 하고 있다.


설화를 바탕으로 혈육의 정을 주제로 한 이 시를 통하여 시인의 삶과 그 성장 과정을 알아보는 것도 시를 감상하고 그 감상 속에서 시인의 철학(정신)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다고 보기에 김소월 시인의 삶, 성장과정을 짚어 볼까한다.


김소월은 조선말 외세와 근대화의 물결이 여과 없이 들이닥치고 있던 1902년 평북 정주의 외진 농가마을에서 공주김씨 가문을 대표하는 장손으로 태어났다.

김소월은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고 이 슬픈 가족사가 그의 시세계 전반에 걸쳐 한의 정서가 짙게 배어있는데 그의 아버지(김성도)가 정신 이상자 였다는 사실과 연결 짓는 것이 대표적 예이다¹⁾


소월이 세 살 되던 해, 그의 아버지 김성도가 김소월의 외가에 나들이를 가다가 철도 공사판의 일본인들에게 행패를 당하는 일이 일어났고 이일로 소월의 아버지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면서 평생을 폐인으로 불행하게 사는 삶이 되었다. 이러한 아버지의 비정상적 삶으로 집안은 어둠으로 우울했고 어린 소월에게는 깊은 상처가 되었다. 소학교를 다니던 시절 소월 아버지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할아버지가 경찰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아버지를 매질하는 광경을 목격하고 산으로 달아나 밤늦게까지 홀로 울기도 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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¹⁾ 김소월의 생애에 관한 더 자세한 사항은 김학동(2013 : 194-252)을 참고할 수 있다.



정신이상으로 집안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분노, 아버지를 그렇게 만든 일본인에 대한 원망, 아들을 대신해 어린 손자에게 가문의 성패를 걸었던 할아버지에 대한 두려움 등 어린 소월이 짊어졌을 심적 무게가 상당했음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이 때문인지 소월은 어릴 때 가깝게 지내는 친구가 별로 없었다, 대신 그는 첫째 숙모 계희영에게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신학문에 눈을 뜨고 한글을 배운 그녀는 고소설과 설화를 탐독한 이야기를 소월에게 들려주었고 숙모에게서 들은 옛이야기의 내용이나, 민요의 가락, 슬픈 이야기에 담긴 정감은 소월 문학의 바탕이 되어 이 바탕이 곧 소월의 정신을 지배하는 철학이 되었다.


이 접동새 시는 설화를 바탕으로 한 서정시로만 보는 경향이 있으나 그의 가족사와 그의 성장 과정 등과 연계하여 볼 때 아버지의 비극적 삶과 죽음에 연결해 해석할 여지가 있고, 시대적 상황과 관련해서는 조국의 상실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어머니가 있던 자리에 군림하면서 가족을 비극으로 몰아넣는 계모를 일본 제국주의에 대한 비유로, 누나와 오랍동생이 겪은 설움을 민족 전체의 설움의 한으로 읽을 수 있다. 접동새로 인해 변방의 설화가 한의 정서를 응축하고 있는 민족의 서사로, 당대의 절망적인 현실에 대한 비유적 텍스트로 재탄생한 것이다(현대시 교육론, 2017 역락 : 206-209)


이시를 시대적 상황과 관련하여 재해석하는 거증은 소월이 고향에서 야학을 통해 아이들에게 일본에 대한 저항정신, 단결과 협동 근로 정신을 길러 주고자 힘쓴 일과 이로 인하여 일본 경찰의 감시로 소월의 정신이 극도로 피폐해져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이 이를 뒷받침 한다하겠다.(이근모, 시인)



◉참고문헌

[영상강의와 수업 자료가 있는 9594의 국어 교실]

[현대시 교육론 역락 2017]

[접동새 설화 이웅백•김원경•김선풍 저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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