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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되어버린 소설( 小說)

# 시(詩)가 되어버린 소설( 小說)

(메타버스스마트소설)


                     이현우


1

싸게 싸게 가시오 멀리 못가요 오락가락 빗방울은 따뜻한 눈맞춤 서둘러 평택 가는 기차표를 끊었습니다.

갈길 잃은 시인은 문병란시인의 직녀처럼 시학과 시, 술보다 시가 있어 행복한 광주의 뒷골목 담백한 초밥 보다 달콤합니다.


2

알려지지도 자랑하지도 않았지만 묵묵하게 써 내려간 혈관 속에는 오천 년 역사의 붉은 피가 흐릅니다.

명예에 사로잡혀 받을 수 없는 빛바랜 문학상은 잡을 수 없는 레일 위를 평행선입니다. 숙성되지 않는 글이라 말문이 막혀도 헤어질 수 없어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붓을 꺾을 수 없었습니다.


3

꿈꾸는 옥탑방 낭만고양이, 나뭇잎은 초록물감 은빛 머리 까맣게 색칠하듯 달빛 젖은 여름밤은 익숙하지 않은 시어들을 찾아 무의식의 의식 가면을 벗깁니다. 제목을 잃어버린 노래 속에 잠든 상념들은 더듬더듬

거리는 소라게 비바리의 신음소리 백사장 모닥불 앞에서 부르는 어느 여류시인의 시낭송 파도들의 유언입니다.


4

잘난 자존심 탈퇴해 버린 밴드 사진 속 자화상들이 부끄러운 듯 보름달처럼 떠오릅니다.

눈을 감으면 당신이 내 곁에 있는 듯 웃고 계십니다. 잠들지 않는 어둠이 내리고 또 하루가 깊어갑니다.

텅 빈 거실에 불을 밝히고 낯선 아침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나뭇잎 사이로 멍든 하늘 혼자 걷고 있습니다.


5

별이 쏟아지는 레드와인 술 취한 콩나물 악보들이 빈 방을 노래합니다 쪽빛 바다 울기등대를 불러봅니다. 혼자 시를 쓰는 밤이 오면 셀 수 없는 녹슨 일기장 모서리 무릎을 꿇고 기도합니다 바다를 부르는 노래를 부를 수 있어 유월의 훈풍도 울고 싶을 만큼 행복합니다.


6

지루하게 비가 내리면 잠 못 이루는 등대지기 동해 7번 국도 파란 물감 먹은 정동진을 꿈꾸었습니다 정동진 소나무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밤의 마왕 반도네온 탱고소리가 들려오면 꿈속에서 와인 속 여인을 마십니다. 남태평양 자장가 태양의 품속 외로운 섬마을 주민이 됩니다.


7

손 흔드는 물결 바라보며 젖은 신문을 말리려고 했습니다. 이별의 술잔을 말없이 들어야 합니다 내 피는 고통으로 달콤해지고 다시는 울고 싶지 않습니다. 바람과 비의 눈물소리가 들려옵니다 까만 눈 속을 들여다보며  고독을 읽습니다 먼지 가득한 책장 속 읽지 않는 시집을 꺼내어 지울 수 없는 기억들을 삼킵니다


8

토막 난 밤하늘 미래를 알 수 없는 오두막을 짓고 지독한 사랑은 동이 틀 때 내 숨을 거두어 갈 것이며 갈 길 잃은 골목길 버스킹은 산산이 부서질 것입니다. 한 때 상심이나 절망을 모르는 시절 네 잎클로버 소망을 비는 평온한 마음은 사라졌습니다. 넘어져서 깨달은 나의 뒷모습은 일방통행 막다른 골목길 혼자 누운 밤 사과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가을빛 반성문입니다.


10

만원 버스 히야신스는 지울 수 없는 이름이었습니다. 피어나지 못한 사랑이라고 해서 누가 우리 뒷모습을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목마르게 기다리던 편지를 바라보면서 어쩔 수 없음을 느낍니다 사랑이 나를 미치게 하여도 이해해 주시리라 책장을 넘깁니다. 하얀 미소 택배아저씨 기다리듯  세상을 수 천 번 돌아서 축축한 밤 우산 속 손을 잡고 싶은 영화를 검색할 것입니다.


11

소월의 진달래와 백석의 길상사 나타샤를 되새김질하며 알 수 없는 낯설게 하기와 비틀기는 우크라이나 전쟁터 떨어진 폭탄처럼 터지지 않습니다. 수줍은 듯 한 줄, 두 줄 봉숭아 물을 들여 수를 놓아도 핏물로 시를 지어 한 영혼이라도 소리 내어 울 수 있다면 단톡방(ㅠㅠ) 네모난 도화지 위에 심장을 드리겠습니다.


12

거짓을 모르는 시혼(詩魂)은 세상을 이길 강한 힘입니다. 마음을 열어 고고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진실의 두레박을 내리겠습니다. 속인다고 속일 수 없는 투명한 거미줄 위에 영혼 아무런 의미 없는 유명 브랜드의 가짜 상품권은 블록체인 아바타입니다. 맛깔스러운 반전과 촉촉한 은유법을 기다리다 사랑에 취한 장님으로 살아도 좋습니다.


13

등짝을 맞으며 보던 카사블랑카의 마지막 포옹은 떠날 수도 지울 수도 없는 날들 늙은 어머니의 두툼한 정성 시골 텃밭 상추쌈 폴폴 끌어 오르는 뚝배기 된장찌개 구수한 잔소리 지울 수 없는 연애편지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달빛정원입니다.


14

인연과 인연의 사다리, 말만 많은 실속 없는 명함들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실패의 집을 짓고 살아도 어둡던 시절의 실패는 나쁜 약이 아니라 좋은 약으로 남았습니다. 붙잡을 수 있는 유일한 적금통장, 실패를 위로해 주는 생명보험 마사지  희미하게 볼 수 없는 날이 가까이 온다 할지라도 밤하늘 쏟아지는 은하수 시(詩) 속에 파묻혀 피어난 들꽃 같은 가슴  울리는 소설(小說)입니다.



*작가후기

*시혼(詩魂)~ 시를 짓는 마음


부족한 글을 지도해 주시고 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 주신 이근모선생님 아직 여물지 않은 글을 쓰는 제자에게 귀한 사명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광주문인협회 회장님으로 봉사하시며 후학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주시고 사랑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해주신 부회장님께도 감사드리며 부족하나마 "시와 이야기"와 "시학과 시"가 더욱 발전하도록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문학신문 논설위원    

      이현우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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