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듦

이현우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버리고 내 속에 나를 만나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허락된 보석 같은 시간들이

눈앞에서 재깍재깍 사라진다 하더라도


거울 속에서 타박타박 지나온 날들이 고마워

어깨 두드리며 말없이 꼭 한 번 안아주리라


나이가 든다는 것은

도자기를 빚듯 내 안의 나를

빗는 일,

받을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적금통장

밀리고 밀려도 한 번은 내야 하는

범칙금 영수증 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연극 끝나고 맞이하는 넉넉한 노을

지우려 애써도 지울 수 없는 연애편지

첫아이 낳을 때 돌아서서 흘리는 눈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이테의 상처 새겨진 눈금만큼이나

세월의 흔적 손 흔들어 아니라며

부끄러워 도망갈 수 없는 일이기에


나이가 든다는 것은

나를 나보다 더 사랑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못했음을 일기장에

담담하게 고백하며 반성하는 일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하루, 하루 시간에 떠밀려

병들고 나약해진다는 것일까?


나이가 든다는 것은

욕심의 날개 거두어 넉넉해지고 헐렁해져서

후회 없이 떠날 수 있는 나를 만나는 일이다



*작가후기

이제 중년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우리나라 노령인구는 세계 최고 수준, 노후준비, 죽음준비도 해야 해야

하는 것이 현명한 듯하다.


"약해지지 마"

(99세 내신 시집)

시바다 도요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작가소개(시바다 도요)

여러 번의 이혼, 자식들의 죽음, 많은 어려움에도 시인이 되시고 99세 시집을 출간한 "시바다도요" 세계인들을 감동시켰다. 문우님들도 시집, 문학상에도 도전해 보시고 건강하실 때 노후도 준비해야 될 듯합니다

"시학과 시" 발행인 이현우 교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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