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의미를 암시하기 위해 어떤 소재를 선정하여 이 소재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기법의 형태도 언어 유희의 유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언어 유희의 특색은 감정 이입과 객관적 상관물이 모티프(motif)다
이번 강의는 제24강의 언어 유희 이론을 복습하고 그 개념을 확실히 해본다는 의미로 언어유희의 시를 감상해 보고자 한다.
2.언어유희 시 감상
흙 / 문정희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라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감상)
이 시의 화자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흙의 이름이라고 드러내며 흙에 대한 예찬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흙 흙 흙'하고 흙을 부르면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 오며, '하늘이 우물을 파놓고 두레박으로 /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고 하며 흙에 대한 감흥을 형상화하고
흙흙 흙 이렇게 표현된 기법에서 우리는 또타른 이미지를 그려낸다 바로 흑흑흑 하고 울고 있는 모습이다. 이를 가리켜 <동음이의어를 활용한 일종의 언어 유희> 기법이라한다(흙의 이름과 울음 소리)
다음은 나의 졸시로 언어유희의 기법을 감상해 본다
홍시는 생리 중 / 이근모
우듬지에 홍시가 빨갛게 흐느적 거린다
초가집 폐허가 홍시를 겁탈하고
이름 없는 시인이 이젤앞에서
겁탈을 댓생한다
가을 햇살이 팔을 뻗어 홍시를 만지고
홍시는 뜨겁게 뜨겁게 애액을 뿜는다
첫날 밤 새색시처럼 수줍은 홍시가
더욱 얼굴 붉히고 옷고름을 매만진다
나는 홍시를 빤다 홍시가 뜨겁다
옷고름 풀어헤친 홍시가
풍만한 가슴 드러내고
빨갛게 신음한다.
홍시의 문을 열고 쏟아지는 난자들
나는 난자를 입술로 발기시킨다
발기는 향기롭다 향기는 땅심을 적신다
서리를 품은 잔혹한 늦가을에.
(감상)
이 시는 언어유희의 기본 유형인 음절 도치나 동음 이의어의 언어 유희가 아니고
다른 의미를 암시하기 위해 어떤 소재, 즉 홍시를 가지고 말장난을 하는 형태의 언어 유희의 기법 유형으로 작시한 시다
까치밥으로 남겨논 감이 가을 햇살과 서리로 홍시가 되고 도시로 이주해간 농촌의 폐가의 정경과 함께 이 홍시가 낙과하여 흙에 안기며 감의 씨가 밀알로 감나무 싹을 틔워내는 자연의 현상과 여성의 생리현상을 연계하여 독자의 상상력을 확장해 보고자 쓴 언어유희의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