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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언어모델의 기억 용량과 일반화 능력

대형언어모델의 기억 용량과 일반화 능력

AI 안전성과 저작권 논쟁에 미치는 함의


글로벌연합대학교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서론. 기억인가, 일반화인가?


인공지능 대형언어모델(LLM)이 학습한 데이터를 어떻게 기억하고, 얼마나 일반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구체적인 수치 없이 추상적인 수준에서 머물러 왔다. 그러나 2025년 6월, 메타, 구글 딥마인드, 코넬대학교, 그리고 엔비디아 공동 연구진이 발표한 논문 "언어 모델은 얼마나 기억할까"는 이러한 논쟁에 결정적인 전환점을 제공했다. 본 연구는 GPT 스타일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모델이 매개변수당 약 3.6비트의 정보를 기억한다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LLM의 기억 능력과 일반화 능력 간의 경계와 균형을 명확히 그려냈다.


GPT 모델의 기억 용량: 3.6비트의 의미


연구진은 기존의 언어 데이터가 문법, 의미, 패턴의 중복성으로 인해 기억과 일반화를 구분하기 어려웠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전례 없는 방식으로 무작위 비트 문자열로 구성된 데이터셋을 사용해 실험을 진행했다. 이 데이터셋은 구조적 패턴이 전혀 없기 때문에, 모델이 보여주는 재현 능력은 순수히 기억 용량을 반영하게 된다.

그 결과, GPT 계열의 모델은 매개변수 하나당 약 3.6비트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으며, 이는 정밀도를 float32로 올릴 경우 3.83비트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영어 글자 하나를 저장하기엔 부족하지만, 약 10자 이내의 단어를 인코딩하는 데에는 충분하다. 예컨대, 15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이라면 약 675MB 정도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이는 모델이 단순한 데이터 복사 기계가 아닌, 제한된 메모리 용량을 가진 정보 처리 시스템임을 뜻한다.


데이터 양과 기억의 역설: 학습량이 늘수록 '기억'은 줄어든다


이번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는 학습 데이터의 양이 증가할수록 모델의 기억 편중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GPT 스타일의 LLM은 고정된 기억 용량을 가지므로, 학습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개별 데이터에 할당되는 메모리 비율은 낮아진다. 결과적으로 모델은 특정 데이터를 덜 기억하게 되며, 대신 일반화된 패턴에 집중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데이터를 많이 학습한다고 해서 모델이 더 많은 세부사항을 암기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과정에서 '이중 하강(double descent)'이라는 흥미로운 현상도 함께 관찰됐다. 즉, 데이터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성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었다가, 다시 회복되는 형태의 학습 곡선이 나타난 것이다. 이는 기억에서 일반화로의 전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혼란을 의미하며, 장기적으로는 모델의 안정성과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문제에 미치는 영향


이번 연구는 LLM의 기억 용량이 제한적이며,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특정 정보의 재현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최근 AI 모델의 학습 데이터와 관련한 저작권 분쟁에서 중요한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 타임스는 오픈AI의 챗GPT가 기사 원문을 그대로 복제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번 연구 결과는 대규모 데이터셋 학습이 오히려 이러한 재현 가능성을 낮춘다는 점을 입증한다.

또한 연구진은 '멤버십 추론 공격(Membership Inference Attack)' 가능성도 분석했다. 이는 특정 데이터가 학습에 포함되었는지를 AI가 얼마나 잘 구별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법이다. 실험 결과, 데이터셋이 커질수록 이러한 공격의 정확도는 낮아졌으며, 이는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도 대규모 학습이 안전성 강화를 이끈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결론

더 많은 데이터, 더 안전한 AI


이번 연구는 LLM의 기억과 일반화 사이의 수치적 경계를 최초로 제시한 시도이자, AI 모델 훈련의 방향성과 안전성을 둘러싼 주요 쟁점에 실질적 근거를 제공했다. 기억 용량이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은, 모델이 무분별하게 데이터를 저장하거나 복제할 것이라는 우려를 줄여준다. 오히려 대규모의 데이터 학습은 특정 데이터의 재현 가능성을 줄이고, 모델의 일반화 능력을 높이며, 개인정보 보호와 저작권 침해 리스크를 낮추는 효과로 이어진다.

결론적으로, 더 많은 데이터를 학습할수록 AI는 더 안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성능 향상을 넘어, 책임 있는 AI 개발과 윤리적 활용을 위한 중요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연구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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