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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산업혁명

딥시크의 딜레마

엔비디아 칩 부족과 미국 기술 종속의 역설

– 중국 LLM 산업의 독립과 현실 사이에서



글로벌연합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버지니아대학교 이현우 교수


1. 서론: 중국 AI의 자존심 ‘딥시크’, 기술 자립의 역설에 직면하다


2025년, 중국의 AI 산업은 글로벌 무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딥시크(DeepSeek)’가 있다. 효율성과 성능 면에서 세계적 주목을 받은 LLM ‘R1’을 성공적으로 출시한 이후, 딥시크는 중국의 생성형 AI 독립을 상징하는 대표 기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딥시크의 차세대 모델 ‘R2’의 출시는 뜻밖의 장애물에 부딪혔다. 바로 엔비디아 칩의 공급 부족이다.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AI 칩 ‘H20’의 중국 수출이 막히면서, 딥시크는 자신들의 야심작 R2를 발표조차 못 하고 있다.

이 사례는 단순한 한 기업의 좌절이 아니다. 이는 세계 최강의 AI 경쟁국 중 하나로 부상한 중국이 여전히 미국 중심의 반도체 생태계에 깊게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2. 딥시크 R1의 성공과 R2의 개발 좌절: 기술적 배경

2.1 R1: 적은 자원으로 뛰어난 효율

딥시크의 R1은 2025년 1월 발표 당시, ‘작은 연산으로 큰 성능’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전 세계 AI 업계에 충격을 안겼다. 특히, R1은 미국 기업들에 비해 절반 이하의 GPU 자원으로도 유사한 수준의 언어 이해·생성 능력을 보였으며, 엔비디아의 중국 전용 AI 칩 H20에 최적화되어 탁월한 성능을 발휘했다.

R1의 성공은 기술적 혁신뿐 아니라, 중국 내 AI 도입 가속화에도 불을 지폈다. 바이트댄스, 텐센트, 알리바바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앞다투어 H20 기반 AI 클러스터를 구축하고 R1 기반 응용 서비스를 발표했다.


2.2 R2의 딜레마

그러나 후속작인 R2는 이 흐름을 잇지 못하고 있다. H20 칩 수출 중단으로 인해 성능 실현 자체가 어렵고, 엔지니어링 완성도에도 문제가 생겼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량원펑 CEO는 R2의 성능에 확신이 없어 출시를 연기하고 있으며, R2 개발팀은 칩 환경 부족, 최적화 실패, 테스트 불충분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3. 미국 반도체 통제와 딥시크의 기술 종속 구조

딥시크는 R1을 통해 "엔비디아 칩을 가장 잘 활용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이 칭찬은 동시에 기술적 종속성의 반증이기도 하다.


3.1 엔비디아 최적화 모델의 한계

딥시크의 모든 훈련 인프라와 모델 설계는 엔비디아의 CUDA, TensorRT, Triton 같은 소프트웨어 프레임워크와 물리적 하드웨어에 의존하고 있다. 이는 R1 성능의 핵심이자 R2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었다.

화웨이나 다른 중국 국산 칩셋에서는 딥시크 모델이 기대만큼의 성능을 내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칩이 바뀌면 컴파일러, 프레임워크, 하드웨어 스케줄링까지 모두 재설계가 필요하다. 딥시크는 이에 대비한 인프라를 아직 갖추지 못했다.


3.2 중국 AI 생태계의 취약한 고리

중국 정부는 ‘반도체 자립’을 수년째 외치고 있지만, 고성능 AI 칩에서는 미국 기업의 기술 장벽이 여전히 높다. TSMC가 생산하는 최첨단 공정이 필요하고, GPU의 글로벌 경쟁력은 아직도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다.

딥시크의 상황은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4. 클라우드 기업과 생태계의 연쇄 반응

기업들, R2를 기다리지만 손에 쥔 건 R1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 기업들은 딥시크의 R2 출시에 맞춰 여러 클라우드 서비스를 리뉴얼할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재고로 남은 H20 기반 R1만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즉, AI 생태계 전반이 R2 출시 연기로 멈춰섰으며, 이는 서비스 지연, 투자 위축, AI 고도화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내부 파트너사와의 공조

딥시크는 H20을 일정량 확보한 일부 기업과 공동 테스트를 진행 중이지만, 이는 R2 전체 생태계를 견인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새로운 서버 구축도 불가능하며, 기존 R1 클러스터의 활용도 점차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5. 미래 전망과 대안: 기술 독립을 위한 과제

딥시크 사태는 단기적으로는 R2의 좌절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 LLM 산업이 기술 자립으로 가야 할 방향성과 과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대안 1: 화웨이 기반 재설계

딥시크가 자국 칩에 최적화된 모델을 만들려면, 화웨이의 Ascend 칩 기반에서 새로운 소프트웨어 스택을 설계하고, 이를 위한 프레임워크도 자체 개발해야 한다. 이는 수년이 걸릴 수 있는 일이지만, 결국 해야 할 일이다.


대안 2: 국산 AI 가속기 생태계 투자 확대

중국 내 고성능 GPU 대체품 개발을 위한 투자와 인재 육성이 절실하다. 또한, 국산 AI 칩을 중심으로 한 오픈소스 모델 최적화 툴체인 개발이 필요하다.


대안 3: 다중 플랫폼 전략

향후 LLM은 하나의 칩에 최적화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플랫폼에서 유연하게 구동될 수 있는 멀티 하드웨어 적응형 모델이 되어야 한다.


6. 결론,기술 독립의 길은 느리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


딥시크의 R2 연기는 단순한 제품 지연이 아니다.

이는 AI 주권을 지향하는 국가가, 현실의 기술 생태계에서 어떤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는가를 보여준다.

딥시크는 적은 연산으로도 높은 효율을 낸다는 기술적 야망을 보여줬지만, 그 야망조차 미국산 기술 위에 지어진 모래성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중국이 진정한 의미의 AI 강국이 되기 위해선, 딥시크의 좌절을 거울삼아 독립된 반도체, 자립 가능한 AI 스택, 그리고 기술 생태계의 완성을 지향해야 한다.

지금은 늦춰진 R2가 아니라, 스스로 설계하고 훈련하며 배포할 수 있는 AI의 미래를 준비할 시간이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한국의 생성형 AI 전략도 냉철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생성형 AI, 지금 준비가 충분한가?

대한민국도 최근 몇 년 사이 자체 대형언어모델(LLM)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이 클라우드 인프라나 연산 자원, 학습데이터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상용화 및 오픈소스 생태계 정착 수준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실제 한국형 생성형 언어모델 개발 사례

• KT ‘믿음’(Mi:dm)

• 한국어에 특화된 LLM으로, 파라미터 수는 약 130억 개

• 국산화율을 높이고, KT의 AI컨택센터, 헬스케어, 금융 등의 산업에 직접 도입

• 문제점: 아직 훈련 데이터가 한정적이며, 고도화된 추론 능력은 GPT 계열에 미치지 못함

• NHN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 by NAVER)

• 한국어 데이터 97% 기반, 파라미터 수 2040억 개 이상

• ChatGPT 대항마로 소개되며, 검색·광고·쇼핑·금융 등 네이버 전 계열에 연동

• 문제점: 여전히 외부 API 의존도 있고, 다중 플랫폼 호환성과 산업 확장성 제한

• LG AI Research ‘EXAONE’

• 멀티모달 모델로,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영상까지 이해

• 기업용 고성능 AI 서비스의 핵심 인프라로 성장 중

• 문제점: 고비용 GPU 자원 투입에 비해 범용 생태계 확장은 아직 제한적

• 솔트룩스 ‘코어텍스트’(CoreText)

• K-클라우드와 연동해 공공기관에 특화된 국산 언어모델

• 문제점: 범용성이 낮고, 오픈소스화 및 민간 확산 속도가 더딤

이들 모델은 각자의 강점은 있지만, 아직 **엔비디아와 같은 GPU 생태계 최적화, 글로벌 API 연동성, 지속적 미세조정(LoRA, QLoRA 등)**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한국어 데이터조차 사투리, 억양, 상황맥락, 다층문맥 추론에서는 미국이나 중국 대비 품질과 다양성에서 열세를 보인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3가지 과제

• AI용 반도체와 고성능 연산 인프라 구축

• 국산 AI 가속기와 ‘K-인공지능 클라우드’ 개발 추진

•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AI 모델이 자체 생태계에서 구동되도록 유도

• 한국어 특화 모델 개발과 데이터 공유 체계 마련

• 언어의 ‘문화적 함의’와 ‘상황추론 능력’을 반영한 학습 데이터 구축

• 범정부 차원의 데이터 허브(K-DATA) 확대 및 민간 참여 활성화

• AI 윤리·책임 프레임워크 수립 및 오픈소스 생태계 조성

• GPT, LLaMA, Mistral 같은 오픈모델처럼, 한국형 오픈LLM도 나와야

• 산업 간 연동 가능한 범용 미들웨어와 안전한 학습관리 체계 필요


결론적으로

딥시크 사례는 단지 중국의 일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 독립을 꿈꾸는 모든 국가,

그리고 AI 주권을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예시하는 경고등이다.

한국 역시 지금처럼 플랫폼 API 의존, 모델 단일화, 비용 대비 저효율 클러스터 운영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빠른 성능’보다 ‘깊은 구조’를,외산 API보다 ‘우리의 기술’을,

그리고 단기 개발보다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한국형 생성형 AI’의 방향을 정비하고,AI 주권국가로 도약할 준비를 본격화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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