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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브라우저 전쟁의 서막

#AI 산업혁명

AI 브라우저 전쟁의 서막

– 퍼플렉시티 CEO가 말하는 '코멧'의 철학과 비전



글로벌연합대학 버지니아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소장 이현우 교수


1. 웹 브라우저, AI의 진정한 에이전트가 되는 길


2025년 7월, 퍼플렉시티(Perplexity)의 CEO 아라빈드 스리니바스는 자사의 AI 기반 웹 브라우저 ‘코멧(Comet)’을 세상에 공개하며, “AI 에이전트의 유일한 구현 방법은 브라우저”라는 강한 확신을 드러냈다. 그에게 있어 웹 브라우저는 단순한 정보 검색의 도구가 아닌, 사용자의 맥락(context)을 가장 깊고 넓게 포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다. AI가 단순한 챗봇을 넘어 진정한 워크플로우 에이전트로 진화하려면, 사용자의 작업 흐름을 읽고, 이해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모든 연결점이 브라우저에 있다는 것이다.

스리니바스는 “AI는 지시를 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를 대신해 타사 앱에서 실제로 작업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며, 이것이 가능한 통합된 환경은 브라우저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로그인을 필요로 하는 다양한 앱들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용자의 업무를 대리 수행하는 데 있어서도 브라우저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현실적인 매개체라는 설명이다.


2. 코멧, ‘채팅 + 브라우저’의 하이브리드 모델


퍼플렉시티가 만든 코멧은 크롬처럼 생긴 브라우저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오른쪽 사이드에 AI 챗 인터페이스가 결합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정보를 요약하거나 질의응답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메일, 문서 편집, 콘텐츠 요약, 링크드인 탐색 등의 복잡한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도 브라우저 내부에서 AI가 ‘직접 행동하는’ 경험을 구현한다.

스리니바스 CEO는 “브라우저는 챗 인터페이스보다 더 끈적끈적(sticky)하다”며, 사용자의 모든 웹 기반 활동을 관찰하고 기억하며, 맥락적 반응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일한 공간이라 설명했다. 특히 사용자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이드카 요약 기능’은 긴 시간의 유튜브 영상이나 팟캐스트를 정리해주는 데 매우 유용하다는 평가다.

이러한 기능은 기존의 ‘검색-정리-실행’의 과정을 통합적으로 묶어주며, ‘에이전트’라는 개념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3. 오픈소스 철학과 크로미엄의 선택


코멧이 크롬과 매우 흡사하게 설계된 이유는 기술적 효율성과 호환성 때문이다. 퍼플렉시티는 크롬의 핵심 엔진인 오픈소스 ‘크로미엄(Chromium)’을 그대로 활용하여 코멧을 만들었다. 스리니바스 CEO는 “가장 우수한 기술이 이미 존재하는데, 굳이 새로운 변종을 만들 필요는 없다”며, 퍼플렉시티가 추구하는 핵심은 ‘경쟁이 아닌 연결’에 있다고 밝혔다.

즉, 코멧은 구글과의 기술 경쟁보다, 오히려 구글을 넘어서기 위한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크로미엄 기반이라는 점은 기존 사용자들이 별도의 학습 없이도 자연스럽게 코멧에 적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제공한다. 이는 브라우저 교체의 장벽을 낮추고, 에이전트 AI의 보급을 가속화시키는 전략적 접근이라 볼 수 있다.


4. AI 시대의 인재 전쟁과 저커버그의 그림자


퍼플렉시티의 CEO가 화제가 된 또 다른 이유는 메타(Meta) CEO 마크 저커버그의 영입 대상이었다는 소문 때문이다. 최근 메타는 슈퍼 인텔리전스(AI 초지능) 팀을 꾸리며 거물급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는데, 스리니바스도 그 대상 중 한 명으로 거론됐다. 그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저커버그는 정말 대단하다. 그의 투자 규모에 놀랐다”며 간접적인 긍정을 표했다.

스리니바스는 현재 AI 인재 시장이 마치 NBA 슈퍼스타 영입전처럼 치열하다고 비유했다. 그는 “이번에 영입된 인재들은 실패가 선택지에 없는 상황”이라며, 대규모 자본과 컴퓨팅 자원이 뒷받침된 AI 전쟁의 중심에서, 실패는 곧 전략의 부재임을 뜻한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흐름은 AI 산업이 단순한 기술 기업의 영역을 넘어서, 국가 경쟁력과 인류 사회의 방향까지 규정할 수 있는 거대한 전환점임을 시사한다.


5. IPO 비전과 퍼플렉시티의 성장 시나리오


마지막으로 스리니바스는 퍼플렉시티의 IPO(기업공개)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우리가 IPO를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자금 조달이 아니라, 퍼플렉시티가 구글을 대체할 수 있는 검색 엔진이라는 가능성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점에 있어선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연간 반복 매출(ARR)이 10억 달러에 이르지 않으면 IPO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현재 퍼플렉시티의 ARR은 1억 달러 수준이며, 향후 3~4년 내 10배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퍼플렉시티는 최근 180억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1억 달러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몇 달 전 140억 달러에 머물렀던 기업 가치를 보완하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스리니바스 CEO의 이러한 발언과 행보는 퍼플렉시티가 단순한 AI 스타트업이 아닌, ‘검색과 브라우저, 그리고 에이전트 혁신’이라는 거대한 퍼즐을 맞추는 글로벌 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결론

퍼플렉시티의 ‘코멧’은 단순한 웹 브라우저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의 업무 도우미이며, 맥락 기반의 비서이며, 나아가 검색 패러다임을 바꿀 ‘브라우저형 에이전트’다. 스리니바스 CEO의 비전은 현재 기술 생태계의 한계를 지적하는 동시에, 인간과 AI가 실질적으로 협업하는 미래를 열어젖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브라우저’라는 일상적이지만 가장 강력한 기술 매개체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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