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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살며시 오시는가

그대 살며시 오시는가



               이현우



    쌀쌀하던  야속한 찬바람

    빈 가슴 도려내고 공연 끝난

    배우되어 말없이 떠나가면

    

    하루종일 요란스럽던

    심심한 참새떼들

    하나,둘 개학하여

    조용한 방 나른하게 잠든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마음

    녹여주는 푸근해진 들녘

    마실 나온 동네 강아지의 포근한 하루


   그렇게 그렇게

   온다는 기약도 없이

   갑자기 오신 선생님 모습에

   당황하신 어머님의 어색한 얼굴처럼

   그대는 살며시 오시는가


   동토의 기운을 깨뜨리는  

   졸졸거리는 시냇물소리에

   화려한 빗깔 곱게 단장하고

   살금 살금 다가와 안기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

   톡쏘는 아내 화장대위에 아끼는 귀한 향수

   모든 고난 이겨낸 치명적인 무지개빛 향기

   노스텔지어의 눈부신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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