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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갈았다

그리움을 갈았다


        

             이현우



지난 고통에 무뎌진 칼날의 흔적앞에

쓸쓸히 돌아앉아 돌아갈 수 없는 흔적 갈았다

아무도 모르고 지나쳐 버렸다

수 많은 삶을 지탱하기 위해 감당해야 했던

자르고 끊고 살아야 했던 고통의 순간들

배부르게 먹고 난 뒤 조금의 미안한 기색도 없이

지난 여름밤 행복한 꿈처럼 한 순간의 포만감에 빠져

좁고 어두운 터널속에 너덜거리는

육신의 괴로움 뒤로 한 채 깊은 한숨속에

답답한 독방속으로 감금해버렸다

하루 하루 삶에 지치고 고단한 삶의 무게에 눌려

날렵하던 몸 두꺼워져 더 이상 생명의 빛

잃어갈 즈음, 하루도 빠짐없이 쓰면서도

사소한 작은 기쁨에 감사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무라이같은 철없는 요리사

부족한 솜씨 부끄러워하지 않고 쉼없이 일한

성실한 일꾼 투덜투덜 꾸짖는다

그래도, 그래도

넉넉한 마음의 정 많은 대장쟁이

너털웃음 오히려 자신 게으름 탓하시며

거칠고 단단한 숫돌같은 투박한 자상함으로

어머니의 투덜대는 무딘 마음

다듬어 포근하게  안는다

어둡고 심심한 터널속에 갇혀 살다

하나 하나 오래된 껍질 벗고 무사의 눈부신 칼날처럼

가볍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다시 돌아온 빛나는 얼굴

어머니의 손끝 부드럽게 춤추는 무사 되었다

보고픈 그리운 임,

말없이 쓸쓸히 떠나시고 남겨진 자리

옛날 맷돌위엔 무딘 세월 누워 잠잔다

문득, 떠오른 얼굴 만날 수 없는

그리움 갈았다,

빛나고 날선 인생을 위해



 ★그리운 아버님 떠나시고 늘 정성껏 어머님을 위해 칼을 갈아주시던 아버님 생각에 쓰게 된 글

 이젠, 제가 열심히 칼을 갈아야 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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