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중년의 보헤미안 정처 없이 떠돌다 길모퉁이 피곤한 듯 지난 기억 더듬어 봅니다
모진 세월 겪었던 삶의 주름살 인가 고스란히 새겨놓은 흔적, 얼마나 참고 참아야만 했을까 가득가득 짊어지고 넘어야 했던 험한 오르막길 넘어지고 쓰러져도 나 몰라라 쉴 수 없었던 하루, 또 하루 롤러코스터 같은 삶 반복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무게는 꾹꾹 이마에 주름살 새기듯 인정사정없이 문신을 그립니다 쓸어 담은 산더미 같은 고독 눈물 쏙 빼며 달리고 달리다 헉헉거리며 멈추고 헉헉거리다 지쳐버리는 육신은 멈출 수 없었던 삶의 바코드 지천명 (知天命) 정신없이 달려온 시간표 하냥,*함초로이 살았으며 *터울거리며 산 것은 무엇일까?
삐그덕 삐그덕 힘없는 다리 찢기고 터진 가난한 몸뚱이 덜덜거리는 고독한 심장이지만 옛날보다 못하다고 투덜대는 슬픈 잔소리뿐이지만 돌아서서 후회 한들 소용없다
슬금슬금 도둑고양이처럼 몰래 들어간 고요한 밤 듬성듬성 빠진 머리와 하얗게 변해가는 현실 앞에 씁쓸한 미소가 번져가지만 드르렁 나비잠 자는 곰인형들 그리고 함께 살아주어 고마운 나의 분신들
아는 듯 모르는 듯 창 넓은 모자 눌러쓴 전등불 닮은 헛헛한 세월은 쓰담쓰담 어깨를 두드립니다
*순우리말 * 나비잠: 아기가 두 팔을 벌리고 귀엽게 자는 모습, 순 우리말 * 또바기: 언제나 한결같이 또 그렇게란 뜻의 순 우리말 *함초로이 : 차분하다 순 우리말 * 터울거리다 : 뜻한 바를 이루려고 애를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