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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선생 Aug 06. 2023

불안을 잠재우는 글쓰기

글쓰기는 나를 지켜주는 견고한 요새다


인간이 불안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라지만 가끔은 불안이 너무 심해서

왜 인간은 이 따위로 설계되었을까 하는 원망의 마음이 들기도 한다.

 


요즘 나는 특히 불안한 시기를 겪고 있다.

3주 동안 온 에너지를 쏟아 강연을 들었는데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해 허무해지기도 했고,

6년 가까이 먹던 정신과 약을 끊은 영향도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아침에 가장 희망차고 기분도 좋았는데

요즘은 아침에 일어나면 짜증부터 나고 하루를 보낼 생각에 막막해진다.

그렇게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도 감흥이 없다.



특히 주말은 하루종일 자유시간이라 증상이 더 심했다.

회사에 있을 때는 할 일이 있어서 주의를 돌릴 대상이라도 있지,

집에 하루종일 처박혀 있으니까 뭘 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했다.



앞으로의 미래가 아득하고 막막하게만 느껴졌고,

당장 내 앞에 닥친 거대한 시간의 무게 때문에 숨이 막혔다.



어제도 가슴을 짓누르는 불안에 괴로워하다가

안 되겠다 싶어 노트를 펼치고 펜을 집어들었다.

그리고는 나의 감정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떠오르는 대로 한 페이지 정도를 채웠을 때,

아까의 불안은 대부분 사그라든 상태였다.

덕분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던

북스타그램 계정 개설과 글 수정 작업, 만화 업로드를 해낼 수 있었다.



오늘도 하루종일 기분이 들쭉날쭉하고 불안감이 엄습해오길래

저녁을 먹자마자 당장 노트 위에 내 감정을 마구잡이로 썼다.



이번에는 두 페이지를 꽉 채웠다.

불안 때문에 목구멍이 조여오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그 불안을 조금이라도 떨쳐내기 위해

종이 위에 내 감정을 거의 토하다시피 써내려갔다.



작가들 인터뷰를 보면 살기 위해 글을 썼다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감정을 정리하고 불안을 잠재우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방법 같다.

특히 나처럼 정신과나 심리상담소가 나를 도와줄 수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더더욱.

정신과 의사나 심리상담사는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고개를 저을 수도 있지만

종이는 내 감정과 생각에 대해 그 어떤 판단도 내리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들어준다.

남 눈치가 보여서, 혹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을까 봐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도

노트에는 자유롭게 적을 수 있다.



그래서 이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려 한다.

불안감이 들 때마다 노트든 블로그든 떠오르는 대로 적다 보면

나를 괴롭히던 감정이 정리되면서 그 실체가 드러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짧은 문장이라도

그 글을 쓰기 전의 나와 쓴 후의 나는 분명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말에는 파동과 입자가 있어서

입밖으로, 또는 자판으로 내뱉은 말은 마음속으로 담아둔 말보다 훨씬 큰 위력을 발휘한다.



불안과 싸우기 위해 써내려간 글자들이 점점 쌓인다면

그것으로부터 나를 지켜줄 수 있는 견고한 요새가 구축될 것이고,

언젠가는 발밑에서 철썩이는 불안의 파도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웃음지을 수 있을 만큼

견고하고 강한 사람이 되리라 믿는다.




이미지 출처: 아이폰 고화질 배경화면 | 감성 파스텔 색감의.. : 네이버블로그 (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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