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 좌측에 비대칭적인 음영이 보이니 가까운 유방외과에서 진료를 받으란다. 다행히 그 외엔 모두 문제없다. 이 작은 가슴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거야? 정말 믿을 수 없군.
회사 근처 유방외과에 갔다. 우선 초음파를 해야 알 수 있단다. 가슴 초음파는 처음 해본다. 다른 초음파들처럼 끈적한 젤을 바르고 의사 선생님이 가슴 곳곳을 꼼꼼히 살폈다.
몇 장 캡처를 하고 컬러를 입힌다. 여기서부터 불안하다. 우선 캡처를 한다는 건 특이점이 있다는 것. 게다가 일반적인 물혹이 아닌 것처럼 보이면 컬러를 입힌다는데 경도에 따라 푸른색부터 붉은색 사이의 색이 뜬다. 일반적인 물혹이면 푸른색, 단단한 조직일수록 붉은색. 내 가슴엔 푸른색도 있고 노란색도 있다. 언뜻 점처럼 붉은색도 보인다.
초음파를 본 의사 선생님은 조직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젖샘이 뭉친 걸 수도 있지만 한 번도 검사를 안 해보기도 했으니 정확히 해보자고. 뭔가 비현실적이다. 조직검사라니. 드라마에서나 보던 걸? 당연히 별 게 아닐 거란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압도당해서인지 현실 감각이 없다.
하지만 그에 비해 조직검사는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마취 주사를 놓으니 욱신거렸다. 뭐 이거까진 어깨 다쳤을 때 정형외과에서 맞은 주사랑 비슷하다. 그런데 마취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가슴에 무언가를 쑥 집어넣고 초음파를 통해 해당 조직을 찾은 다음 탕! 하니 총 쏘는 소리가 났다. 약간 반동도 있었던 거 같아.
모르고 받길 잘했다. 알고 봤더니 가슴에 찔러 넣은 조직검사 기구는 생각보다 엄청 굵은 주삿바늘이었고, 탕하는 소리는 순간적으로 칼날을 쏘듯 밀어 해당 조직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났다. 알고 보니 이건 조직검사용 뿐 아니라 종양을 제거할 때도 쓰는 기구였다…!
어쩐지 가슴 아래 거즈를 받치더라니. 끝나고 일어나니 거즈가 피로 적셔져 있었다. 압박 지혈을 해주었는데도 그날 저녁까지 피가 조금씩 흘렀다. 마치 찌찌가 피눈물을 흘리듯 주륵. 이런 어마무시한 걸 하다니?
건강검진에서 간호사 선생님들은 매년 유방 엑스레이를 찍지 말라고 권유한다. 어차피 젊은 여성들은 대부분 치밀 유방이 나오고 그럼 뭔가 있을 것 같아서 추가 검사를 또 하게 되고 한다고. 실제로 29살 첫 검진 때는 엑스레이에 뭐가 보여 추가 검진도 했지만 별 이상이 없었다. 그 뒤로 하지 않다가 오랜만에 해봤는데 역시 하지 말걸 그랬나.
비슷한 흐름을 겪은 회사 동료는 무한궤도에 올라탄 느낌이랬다. 기록이 있으니 추적을 위해 이제부터 매년 검사를 권유받을 거고 낮은 단계의 검사론 확신할 수 없으니 추가 검사를 또 받게 될 거고 또 추가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며 또 근심하고. 그러다 별 일이 아니고. 물론 별 일이 아니여야 하지만.
나이가 들고 조직과 세포들도 함께 노화하면서 하나둘씩 염려해야 할 것들이 늘어난다. 저속 노화 같은 글자를 보면 흐린눈 하다가도 남은 긴 인생 생각하면 한숨이 조금 나온다. 건강하게 나이 들고 싶다! 찌찌가 피 눈물 흘리는 건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