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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Aug 29. 2016

지난 여름의 청춘시대

내가 사랑해 마지못하는

스.포.주.의!!!




0.


  처음엔 청춘시대라는 이름 때문에, 작년부터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흔히 청춘을 소비하는 방식대로 캐릭터들을 그려낼 거라 생각했다. 어느 정도 그런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정말 어느 정도(윤진명)에 불과하다. 드라마 주인공이나 타겟 연령대가 낮은 만큼, 말그대로 지금 청춘들이 살고 있는 시대에서 겪을 법한 사회적 이슈들이 깨알같이 들어가 있다. 극에서 본격적으로 벌어지지 않더라도 앞뒤의 대사로도 문맥을 채워 넣는다. 


  쉐어하우스라는 거주 형태부터 약물강간, 데이트폭력, 취업, 등록금, 아르바이트, 고용주의 성추행 및 부당한 대우, 연포자, 20대 성판매자, 사고에서 살아남은 자 등의 이야기.



1.


  여자 다섯 명이 이렇게 떼로 나오면서 그 배경이 가족(가정)이라거나 막장 드라마가 아닌 경우는 없다. 여자들의 남자들도 나오지만, 말 그대로 '여자들의' 남자로 나와 부수적인 역할을 맡거나 이야기를 흘러가게 하기 위한 매개체의 역할에 그친다.


  사실 아저씨나 종열이, 뒤로 가서 고두영이 그나마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아저씨는 이나의 과거를 그리기 위한 매개, 종열은 청춘은.. 연애를.. 해야 하고.. 달달해야 하니까여.. 당 충전으로서, 그리고 고두영을 매개로 데이트폭력을 그려냈다.


  두영은 열등감과 피해의식이 어마어마하다. 좋지 않은 대학을 다니는 자신을 (아마도 연대를 다니는) 예은이 무시한다고 믿는다. 열등감과 피해의식은 처음엔 예은을 무시하고, 애정을 덜 주고, 바람을 피는 방식으로 드러나지만 종래엔 결국 납치, 감금이라는 극단적인 폭력으로 이어진다. 사실 두영이 예은을 후려치는 모습이나 스스로 드러내는 열등감, 피해의식, 폭력성은 그 전편의 묘사(차에서 끌어내리기 등)로 충분히 드러났다. 그러나 후반부에 굳이 납치와 감금을 넣은 건 아무래도 사회적 아젠다를 적극적으로 의도한 게 아닐까.



2.


  성판매자(강이나)가 타자화 되지 않고 주요 발화자 중 하나로 나온다. '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라도 몸을 팔아요' 따위의 서사가 아니다. 드라마 남주인공에 '들러붙어 꼬리치는 걸레년' 따위의 캐릭터도 아니다. 당당하고 주체적인데다 자신의 몸과 옷차림을 타인으로부터 통제받지 않으며, '쉽게 사는 삶'에 대한 스스로 거부감이 없다. 내 몸매, 내 얼굴 이쁜데 그게 왜? 난 이렇게 입으면 기분이 조크든요~


  이나는 묻는다, 왜 쉽게 살면 안 되지? 어차피 꽤 많은 우리는 쉽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적은 노력과 노동력을 투입해 많은 자본을 얻기 위해. 극중 초반의 메이트들은 이나를 두고 '더럽다'며 이나가 먼저 쓴 변기통을 박박 닦아낸다. 


  하지만 이는 청춘시대가 이야기하려는 견해가 아니다. 오히려 이나에 대한 '편견'임을 드러내는 장치다. 돈이 없어 여러 번 휴학하며 레스토랑 알바에 편의점 야간알바를 뛰는 스물 여덟의 진명은, 쉽게 사는 이나를 경멸하면서도 부러워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진다. 오히려 진명은 일하던 레스토랑의 매니저가 진명의 허벅지를 쓰다듬은 날, '그저 너(이나)만큼의 유혹이 없었을 뿐'이라 생각한다(이 부분은 꽤 흥미로웠다. 나는 해당 부분을 두 번 봤지만 두 번 모두 '의욕'으로 듣고 이해했다. 나 말고 다른 사람도 그렇게 들었다더라. 사실 개인적으로는 '의욕'이라는 단어가 문맥상 더 마음에 들었지만, 어쨌거나 '의욕'이란다). 성판매자를 선정성/윤리적 잣대/연민의 시선에서만 그려낸 지난 드라마들과 다르게, 노동 자체의 가치 문제로도 그려냈다. 


  그렇지만, 뒷편에서 이나는 결국 일을 그만 두고 옷 매장에서 일하게 된다. 동시에 이나는 종전과 달리 얌전하고 노출이 심하지 않은 옷을 입기 시작한다. 머리도 참한 머리를 의도한듯 잘라냈다하지만 정말 이상했다. 아저씨에게 선물을 줄 때도 '제대로 번 돈'으로 산 거라 일컫는다. 초반 극에서 이나를 끌어가는 서사에 비해 뒷편들의 서사는 전형적인 드라마와 동일하게 흘러갔던 건 분명 한계였다.



 3. 


  누구보다 열심히, 힘들게 살아가는 진명에게 왕자는 (필요) 없다. 알바하던 레스토랑의 셰프 재완이 다가오지만 진명은 버겁다. 후반으로 갈수록 마음을 열지만, 끝끝내 왕자의 도움 따윈 바라지도, 있지도 않다. 진명은 스스로 여전히 돈을 벌고 취업을 준비하고 공부하고 가족의 일을 해결하고 상사와의 일을 해결하고 미래를 설계한다. 진명이 결국 중국으로 떠나길 결심했을 때, 진명은 재완에게 함께 가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청춘시대에서는 진명뿐 아니라, 지원, 이나, 은재, 예은 모두에게 왕자는 필요 없었다. 대기업 회장 아들을 만나지도, 재벌 3세를 만나지도 않는다. 박력있고 한없이 기댈 수 있는 남자도 없다. 이들은 연애감정은 느낄지언정 어떤 남자에게도 기대지 않는다. 그것이 아버지든 남성 가족 구성원이든 친구든 파트너든. 스스로 감정을 오롯이 느끼고,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그 과정에서 메이트들은 때론 갈등의 열쇠가 되기도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되며, 오로지 이따금 각자에게 기댄다.



4. 


한예리는 연기를 정말 잘 한다ㅠㅠ 


강언니 머리 왜 그랬어요.. 누가 그랬어.. 왜 그랬냐고..


청춘시대 보면서 두 번 울었다. 한 번은 진명이 빠진 손톱을 보며 울었을 때, 한 번은 마지막 화에서 ... ? 어디서 울었는지 왜 기억이 안 나지..?


최애 캐릭터는 강이나, 가장 공감할 이야기 거리가 많았던 건 윤진명, 가장 나랑 먼 성격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캐릭터는 유은재, 송지원은.. 허언증은 병이에요..정예은은 처음엔 미웠는데 계속 보니 정들어서 러블리하당..


그사세 이후로 가장 좋은 드라마다ㅠㅠ.. 끝났어.. 내 주말.. 무슨 재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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