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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Apr 28. 2018

바나나 단지 우유와 아메리카노

검정치마는 늘 옳다

일요일 엄마와 함께 동네에서 가장 큰 대중 목욕탕에 가 뜨거운 물에 몸을 불리고 때를 박박 밀고 얼굴을 씻고 뽀송뽀송한 몸으로 새 속옷을 입고 100원 짜리 동전을 밀어넣은 커다란 드라이어로 머리를 말리고 바나나 단지 우유를 물고 집에 돌아와 바닥까지 바나나 우유를 쓸어 마신 다음 반쯤 열어놓은 베란다 문 틈의 바람을 이불로 덮고 낮잠을 자던 그때가


5일의 피곤을 몰아 자다가 12시가 넘어 느즈막히 일어나 혼자 칼국수를 청경채를 듬성듬성 뜯어 넣고 뚝딱뚝딱 해물 다시다를 넣어 가짜 해물 칼국수를 끓여 국물까지 싹싹 쓸어 마신 다음 혼자 눈꼽도 떼지 않은 채 선크림도 바르지 않은 채 선유도 곳곳을 집 근처 카페의 오늘의 커피를 물고 돌아다닌 다음 집에 돌아와 뜨거운 물로 한참을 목욕처럼 샤워하곤 바지 없이 팬티 차림으로 뽀송한 이불 위에 누워 작은 창문을 활짝 열어놔 겨우겨우 들어온 햇빛을 이불로 덮고 검정치마 노래를 듣는 지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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