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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Dec 03. 2023

나르시시스트와 대화하기

어떤 한 사람과는 대화하기가 몹시도 힘들다. 그의 말을 들을 때마다 느끼는 인상은 다음과 같다. 큰 목소리, 공격적 태도, 자신이 맞다는 기묘한 나르시시즘, 주로 상대방은 내 말을 들어야만 하며, 자신의 말에 비판적 의견이 온다면 절대 수용하지 못함 등이다. 나는 이러한 유형의 사람과는 대화를 힘들어한다. 뭐, 누구라고 안 힘들어할까. 예전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가 한 사람을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고 내가 모멸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그 앞에선 항상 입을 다물고 최대한 엮이지 않으며 곁에 잘 가지도 않는다.


나는 대부분 사람들에게 선하고 따뜻하려 노력한다. 기질적으로 선하고 따뜻하게 태어나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은 노력을 기울어야 할 일이다. 내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이들에게 선량하려고 노력한다. 가족들, 친구들은 물론이고 일하다 만나는 사람들, 심지어 길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에게도 그러려고 노력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다. 사람 앞에다 무거운 문을 그냥 놔버리는 사람보다, 그 문을 잡아주는 사람이 더 멋지다고 생각할 뿐이다.


물론, 그냥 살다 어느 날 뚝하고 떨어져 자리 잡은 생각은 아니다. 주변인들과의 갈등이나 문제들을 풀어가며 치열하게 자기반성한 끝에 내린 결론이다. 무릇 인간은 성찰과 반성이 있어야 인간이다. 혹시나 적을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평화주의자의 변처럼 느낄까 봐 덧붙인다. 나는 평화주의자가 아니다. 때론 날카롭고 선명한 사람이다. 다만 내 의견의 날카로움과 선명함은 내가 다정한 사람이고 싶어 하는 것과는 별개다. 둘은 당연히 공존한다.


어떤 그 한 사람과 대화를 할 때 가장 화가 나는 점은, 그가 나를 윽박지른다거나 내 의견을 비판 내지는 비난하며 빠르게 몰아붙이는 점 때문이 아니다. 나나 다른 이들에게 모멸감을 느끼게 한다는 점도 화는 나지만 그 점이 가장 화가 나진 않는다. 내가 가장 화가 나는 지점은, 나도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들게 한다는 점이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비슷한 사람이 될 거 같다는 두려움이 든다. 언제나 사람들에게 선하고 싶고 따뜻하고 싶은 내 결심에 조금씩 금이 간다. 나도 그러고 싶은 마음이 내 마음 어두운 한 켠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 방법은 늘 간편하기 때문에.


생각이 다른 타인에게, 니가 무조건 틀리고 내 말이 맞다는 기묘하게 뒤틀린 나르시시즘에 빠져 상대를 다그치고 우월감을 느끼고 싶어 하는 그 작은 부분. 그에게 똑같이 하고 싶다는 그 욕망. 누구도 그걸 못하지 않아. 다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나도 네게 똑같이 굴고 싶어. 그런 마음을 발견하고 화가 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고 싶다.


결국 나는 그 선을 잘 지키고야 만다. 모멸감을 느껴도 지켜낸다. 그래서 그런 유형의 사람들에게 늘 질리고 만다. 결국 나는 같은 사람이 되지 않을 것을 택했기 때문에. 약 10년 전 그 치킨집 테이블에서도, 5년 전 외갓집에서도, 며칠 전에도. 또한 내가 애써 잊고야 만 사이사이 작은 틈에 놓인 수 십 가지의 일들에서도. 결국 그들은 동일하게 소리를 지르고 나를 윽박지르지만 나는 그와 같은 사람이 되길 포기하고 내 중심과 선을 지킨다. 나는 그저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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