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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ㅎㅈ Mar 21. 2024

악플인 것과 아닌 것

그냥 댓글 달지 마라.

이 따로 있을까?


우스갯소리로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소리를 하고 다닌다. 기술이 발전해 사람들 머리 위에 그 사람이 쓴 인터넷 댓글이 떠 다녀야 한다고. 블랙미러 시즌3의 <추락> 편에서 사람 얼굴만 봐도 옆에 평판이 뜨는 것처럼, 그 사람이 단 댓글이 떠 다녀야 한다고. 그러면 이 사회가 훨씬 살아갈 만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젠 모르겠다. 요즘엔, 머리 위든 얼굴 옆이든 댓글이 둥둥 떠다닌다 한들 개의치 않을 것 같다. 오히려 자랑스러워할지도?


악플을 다는 건 아주 소수의 사람일 거라고 믿었던 때가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부모 욕을 하거나 쌍욕을 박거나 인신공격을 하거나, 이런 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아무리 익명성이라도 그렇지. 그런데 내가 간과한 게 있었다. 악플은 꼭 부모 욕이나 쌍욕이나 인신공격만이 아니란 걸. 그런데 이걸 나만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니었는지, 많은 사람들 역시 악플은 따로 있는 줄 아는 것 같다.


하도 악플이 달려 연예 기사 뉴스는 댓글창이 막혀 버린 코미디는 차치하더라도, 아니 그래서 이런 데로 더 몰리나? 사람들은 사람에 대한 기사를 온갖 커뮤니티로 퍼다 날리고 그 밑에 점잖은 척, 악플이 아닌 척 악플을 단다. 그저 내 의견을 논리적으로 서술했다는 듯 악플을 단다. 소비자의 정당한 요구나 권리인 마냥 악플을 단다. 사과를 할 때까지 악플을 단다. 입맛에 맞는 해명을 할 때까지 악플을 단다. 대중 앞에 나타나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릴 때까지 악플을 단다. 혹은 죽을 때까지.


이런 글들의 댓글 수를 보면 소수만 악플을 단다는 걸 믿을 수 없다. 어떤 커뮤니티에나 있는 이른바 인기 게시판으로 불리는 곳의 글엔 세 자리 수의 댓글은 거뜬하다. 천천히 정독해 봐도 정상적인 댓글은 없다. 대부분 악플이다. 하지만 자신들은 악플이 아니라 믿는.


악플이 심해지다 당사자가 자해를 하거나 자살을 하는 등 심각한 상황에 이르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와 댓글을 단다. “하여튼 악플이 문제야”. 이 사람들이라고 다른 글에 악플을 단 적이 없을까? 각자가 동의하고 반대하는 주제만 다를 뿐, 양상은 동일할 거라 생각한다.


예전 어떤 미친놈한테 걸려 사이버불링과 스토킹 어드메쯤을 당했을 때, 단 한 명에게 당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굉장한 공포심과 압박감을 느꼈다. 고작 한 명의 지속적인 악플이었는데 세상 사람들이 나를 모두 이렇게 평가할 거라는 왜곡된 믿음, 내가 아끼는 주변 사람들도 언젠간 나를 믿지 못하고 등을 돌릴 거라는 공포심에 사로 잡혔다. 집이든 바깥이든 안심할 수가 없었다.


서로 갈등을 겪은 예전 지인이 인스타에 나를 저격하는 듯한 인스타 툰을 그려 올렸을 때, 고작 한 명의 게시물 하나에도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혹은 나를 아직은 잘 모르는 주변인들이 나를 왜곡하고 평가할까 봐 걱정했다. 수시로 ‘좋아요’나 댓글을 보며 진정할 수 없었으니까. 걱정이란 표현으론 이 심리 상태가 표현이 잘 안 된다. 결국 일종의 강박까지 겪게 됐으니까. 이게 트리거가 돼 결국 심리 상담까지 받게 됐다. 마음의 어떤 부분이 한 번 강하게 약해지면 회복은 더디고 자꾸만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된다. 신체 염증과 똑같다.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걸까? 수 백 개의 댓글이 자신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을 때, 그것도 대부분은 사실이 아니거나 추정에 불과할 때, 아무리 우리 서로 모르는 사이고 인생에서 볼 일 없는 사이라 할지라도, 자신에 대한 평가와 모욕이 휴대폰을 켜면 눈길 닿는 모든 곳에 보인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악플의 내용을 다 읽지 않더라도 자신과 관련된 게시물과 기사에 수 백 개의 댓글이 달리는 것 자체가 어떤 압박감을 줄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걸까.


그냥 난 사람들이 좀 온라인 입을 닫았으면 좋겠다. 의사 표현의 자유? 권리? 하고 싶으면 일기장에 적든 주변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해라. 기자들도 좀 그만해라. 내가 대체 왜 사적으로 알지도 못하는 둘이 싸운 얘기나 삼각관계 얘기나 스토리에 뭘 올렸는지 따위를 알아야 하나 모르겠다. 안 볼래도 보이잖아. 헤드라인부터 공해다. 다들 그만 좀 하자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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