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들어주지 않은 이야기
2. 귀밑 2cm 몽실이 머리를 한 아이 - 김보라 감독 영화 《벌새》
12년 개근을 한 나는 참 미련했다. 아파서 조퇴를 한 날, 사람들이 걸어 다니는 거리를 보며 한참을 서있었다. 나는 내가 학교에 있을 때, 저마다 감옥에 감금되어 있다가 하교 시간쯤 풀려 날 거라는 희한한 상상을 했다. 남자 친구, 화장, 노래방 같은 요즘은 당연한 것들이 그때는 어둠의 영역이었다. 모두 귀밑 2cm에 맞춰 몽실이처럼 머리를 자르고, 교복 앞에 이름표를 달았다. 학교 배지, 타이, 명찰을 아침마다 선도부에게 검사받았다. 화장을 하고 남자 친구를 만나면 바로 ‘날라리’로 찍혔다. 노래방에 청소년 출입이 될 때까지 큰 죄를 짓는 양 몰래 노래방을 다녔다. “노래방 말고 서울대가자.”라고 말하기에 노래방은 너무 가깝고, 갈 곳은 없었다.
중2의 삶에도 굴곡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는 나를 멀리했고, 별 관심 없는 친구는 찰싹 달라붙었다. 어떤 우정은 연애를 닮았다. 때론 내가 너무 소극적이어서, 가끔은 너무 들이대서 친구가 사라졌다. 함께 밥 먹을 친구가 없어서 혼자 밥을 먹던 점심시간, 그 50분이 하루 같았다. 늘 누군가를 기다렸다. 파출부나 될 거라는 은희에게 사슴 같다는 말을 해준 사람이 있었다. 은희는 사랑이라는 열병을 지완으로 앓았다. 아무도 채워주지 않은 사랑을 어떻게든 채워보려고 발버둥 쳤다. 단짝인 지숙과 싸우고 사과하라며 소리친 것도 지숙을 잃을지 모르는 두려움 아니었을까. 사랑받고 싶었지만, 그 시절 나는 누구나처럼 참 서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