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기차 떠나는 새벽
이성주
가슴에 길이 있는 사람은
새벽 기차 소리 듣는다
기찻길이 없는 도시 한복판에서
혹 잠을 설치다 일어나거나
이른 잠을 덮어 버리고 일어난 새벽
아련하게 들리는 기차 소리, 기차는
궤간이 일정한 갈비뼈 침목 위를 달리는 거다
얼마나 많은 기차가 지나갔는지
얼마나 많은 이별을 했는지
낡은 침목은 가끔 쿨럭거리고
날것의 비를 온종일 맞은 침목처럼
갈비뼈는 평생 울음을 받치고 있었다
그 새벽 기차 소리 듣는 사람은
소리가 시나브로 사라질 무렵
한 가지 깨닫는 게 있다
더 이상 기차가 가슴 위를 지나지 않을 때
마지막 승객이 내가 된다는 것
철커덩철커덩 기차가 멀리 떠나고 소리 잠든다
아직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