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뮬라시옹의 시대

by 이성주

우리가 보는 것이 실재하느냐, 본질을 보여주느냐는 이제 더는 질문이 아니다.


이미지는 널려 있고 우리는 그것을 '삶'의 모습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질문도 사라지고 그것이 함의하는 것도 사라진 시대에서


우리는 화려하고 오색창연하며 아름다운 것들에 쌓여있다.


고통은 더 큰 통증이 오기 전에 사소하며


통증은 눈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에 더 크게 움찔한다.


'행복한 삶'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더 화려하고 사치스런 삶'과 동격으로


'고통스런 삶'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덜 화려하고 덜 소비하는 삶'으로 치환되는 폭력에서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언어의 게임 속에서 우리는 시뮬라크르의 이미지로 가려진


본질도 실재도 사라진 세상에서 살고 있다.


내가 보는 것이 실재하는지 더 이상 질문하지 않는 세상.


가짜의 이미지와 내가 선택한 정체성으로 발화하는 이 세계.


우리는 시뮬라시옹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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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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