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6
'발견하는 즐거움’을 읽고
내가 공을 던진다면 어디쯤에 떨어질까, 라는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까. 수학은 이런 어이없는 질문에 답을 해준다. 일찍 수포자가 되었던 나는 나이가 먹어서 수학이 참 재미있는 학문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주의 신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채울 때 수학이 얼마나 유용한 학문인지 매번 깨닫게 된다. 수학은 이 세계를 설명하는 언어라는 걸 이해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게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뭔가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수학은 공식을 달달 외워서 수를 대입해 계산하는 과목이란 인식은 잘못된 것이다. 그렇다면 수학이 재미없는 과목이란 인식을 머리에 심어준 것은 누구였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성미가 급한 나의 부모님이었던 생각이 든다. 나는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책받침으로 구구단을 외웠다. 또래 사촌 오빠와 구구단 외우기 내기도 했던 것 같다. 친척들이 둘이 누가 누가 더 잘 하나 시켰다. 나는 오빠보다 조금 더 똑똑하게 잘 외웠지만 그게 오래 가지는 않았다. 리차드 파인만의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교육은 전문 교육자보다 훌륭하다. 하나의 사물을 인식하는데 여러 가지를 우린 학습할 수 있다. 그의 이름을 아는 것에서 그것이 어디에서 왔고 무엇으로 만들어졌으며 습성과 속성까지. 파인만 교수가 과학자가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과학자로 키우고 싶었던 아버지의 남다른 교육방식이 한 몫을 했다. 아버지의 욕심을 표면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아들이 흥미를 끌도록 하는 교육 방법. 숲에 가서 새의 이름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새를 관찰하고 깃털을 쪼는 것이나 그리고 깃털 속에 사는 이를 쪼아 먹으며 기생관계를 알게 해주는 아버지의 교육은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같다.
과학은 인내였어요. 여러분이 지켜보며 관찰을 한다면, 그리고 주의를 기울인다면, 거기서 커다란 보상을 받게 됩니다.p65
과학을 설명하는 것은 수학이다. 세상의 변화와 세상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방법이 아닌 과학적 방법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는 수학이다. 인내심을 갖고 수학을 했었다면 나는 어쩌면 과학자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파인만 교수는 과학은 진실하다는 질문에 무엇이 진실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렇다고 대답할 수 없다고 말한다.
“과학은 진실한가?”
아니오, 우리는 무엇인 진실한지 모릅니다. 우리는 발견하고자 노력하는데, 모든 것이 진실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중략 나는 의심하고 믿는 것이 아주 근본적인 내 영혼의 기능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한 번 의심하고 묻기 시작하면 믿는다는 것이 힘들어집니다.P48
어렸을 때 나는 궁금한 게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질문이 많았지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듣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내가 과학자가 되지 못한 건 아마도 수학을 못해서일 수도 있지만 궁금한 걸 해결하기 위한 끈기나 인내심, 끝까지 의심하고 의심하는 집중력이 부족해서일 것 같다. 파인만은 과학자로서 평생을 살게 된 이유를 아버지의 교육과 자신의 태도에서 찾고 있는 듯하다.
과거로부터 전해진 것이 진정 올바른 것인지 의심하는 것, 그리고 처음으로 돌아가서 직접 경험을 통해 재발견하는 것, 전해 내려온 과거의 경험을 그대로 믿지 않고 실제 상황을 파악하는 것, 이것이 바로 그 방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과학입니다.P69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결국 과학도 창조의 작업인 예술과 다르지 않다. 예술은 과거에 이미 있던 것을 새롭게 보고 뒤집어 보고 상상해보고 낯설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각을 글로 쓰고 연극으로 만들고 영화로 찍고 음악으로 표현한다. 몸으로 말하고 언어로 발화한다. 그리고 그것이 인간에게 삶을 돌아보게 한다. 우리가 발견한 과학은 인류를 통제할 수 있는 힘이 있기도 하다. 파인만 교수는 이것이 나쁜 일보다 좋은 일에 쓰이도록 통제하는 방법을 알아낸다는 것이 어렵다는(p131) 전제가 따르지만 우리가 죽는 원인을 생물학자들이 발견해서 그 끔찍한 질명, 즉 인체의 일시성이 치유되는 것이 시간문제가 될 거라고(p132) 말하면서 과학이 인간이 함께 하는 것에 대해 언급한다.
지식의 목적은 경이를 더욱 잘 음미하는 것입니다. 지식이란 자연의 경이를 올바른 얼개에 짜 넣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거라고 봅니다.p135
때로 영화에서 보면 과학자가 자신이 발견한 것을 인류에게 치명적 해를 입히거나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하는 경우를 본다. 그럴 때 지식은 독이다. 과학자에게 도덕적 양심을 요구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느껴질 수 있겠지만 우리 스스로 인류의 종말을 단축시킬 일을 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때로 과학자는 발견하는 기쁨에 너무 빠져 그 결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는 경우를 본다. 그것은 지식인이 빠질 수 있는 지적 오만함이다. 인간의 행동은 대부분 불완전한 지식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실제로 인간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p146)고 파인만 교수도 책에서 지적한다. 그래서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 과학도 마찬가지이다. 그 안에서 우린 훨씬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게 된다.(p148)
이 책의 재미는 파인만 교수의 유머와 소탈함이다. 노벨상을 받은 날 새벽에 걸려온 전화에 꼭 그 시간에 전화했어야 하느냐며 나중에 다시 하라는 이야기나 동료 교수들의 서랍 속에서 서류를 끄집어내는 장난을 쳤다는 일화들은 책을 읽으며 웃을 수 있는 여유를 준다. 과학자에게서 발견하는 웃음은 복잡한 인문학적 유머와는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 다른 게 그뿐이랴. 사유하는 방식에서도 과학자와 인문학자는 다를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얼음을 이해하려면, 얼음과 매우 다른 물질을 이해해야 합니다. 금세기에 우리가 발견한 것은 아주 다르고, 아주 모호해서 더욱 진보하려면 수학이 더욱 필요합니다.p215
수학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이 대목에서 나는 얼음을 이해하기 위해 얼음과 매우 다른 물질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삶을 이해하기 위해서 다양한 사람들의 생을 들여다보고 다른 상식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그것을 표현하고 드러낼 수 있는 언어, 다른 상식의 사람들의 언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만 세상은 점점 편협해지고 각각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스스로 닫거나 닫히거나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 같다.
훌륭한 과학자의 비범한 점은, 자신이 무슨 연구를 하는 있든 남들처럼 자기 생각을 확신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끊임없이 의심하며 살아갈 수 있습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따라 행동하지요. 그것이 ‘어쩌면’일 뿐이라는 것을 항상 알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걸 어려워 합니다. 그들은 이것이 초연함이나 냉정함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은 냉정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훨씬 더 깊고 더 따뜻한 이해입니다.P223
파인만은 딱딱하고 이론적이고 틀에 꽉 막힌 과학자가 아니었다. 그가 과학은 의심에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고 새롭게 만들려면 그간의 우리의 생활을 의심하면서 시작해야 한다. 파인만의 이 책을 읽으면 과학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철학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과 삶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그의 ‘의심하는 자유’와 봉고 드럼을 연주하고 사진 찍는 행위에서 끼로 똘똘 뭉친 자유인 파인만을 보게 된다. 그는 진정한 흥미를 느낀 것과 관심을 갖고 의심하고 증명하며 위대한 물리학적 업적을 쌓은 진정한 과학자이며 삶의 실천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