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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주 May 11. 2022

착하게 살 필요 없어요......

생각하는 우체통

    가장 작은 물질, 분자, 원자, 쿼크 그리고 더 작은 물질로 세상이 이루어진 거라면 우리도 그런 물질들의 덩어리일 뿐일 거예요. 그러나 우린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살지요. 덩어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과 육체가 온전히 하나로 통합된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잖아요. 하지만 때로는 그렇게 소중한 존재라는 우리의 가치를 잊어버리곤 해요. 물질로만 인식하는 것이죠. 생각해 보면 참 아이러니한 이율배반적 생각이에요. 나에 대해서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을 대할 때는 종종 잊어버리곤 하니 말이죠.


  인간의 뇌는 전기적 신호에 의해서 작용하는 부분이 있다고 해요. 복잡하게 신경회로를 연결하는 각각이 어떤 매커니즘에 의해서 움직이고 전기처럼 반응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지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끌리는 것도 그런 전기적 작용과 비슷하잖아요. 그냥 마냥 끌리기도 하고 마냥 싫어지기도 하고. 그렇지만 그렇게 끌리는 사람이 내게 해가 될 수도 있고 득이 될 수도 있어요. 어떤 것은 모여서 쓸모가 있는데 어떤 것은 모이면 쓰레기가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인간의 만남도 예술적으로 승화하는 멋진 일이 발생하는 거죠. 하지만 많은 경우 만남이 상처로 남는 경우가 있어요. 부모자식간에, 연인간에, 친구간에, 동료간에, 어느 관계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우리는 착한 사람들이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나도 착한 사람이 되어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해요.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 아닐 수도 있고 더러는 내가 착한 사람이 아닐 수 있어요. 학교 다닐 때 도덕과 윤리를 배웠지만 결국 기본적으로 타고난 인성이라든가 환경으로 인해서 우리는 절박한 순간을 매번 접하고 그 과정에서 착한 걸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 그리고 착하다는 말이 어쩌면 불편할 수도 있어요. 좋은 사람이란 게 더 적확한 표현이랄까요. 같이 있으면 행복하고 그것이 늘 처음과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은 분명 좋은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일 거예요. 나쁜 기운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경계를 하게 되요. 그럼에도 그들에게 있는 치명적인 매력 때문에 다가가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알면서도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죠. 그런 경우엔 별로 할 말이 없어요. 선택은 나의 몫이었으니까요.


  좋은 기운을 주는 사람, 착한 사람들과의 관계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줘요. 그들은 주위에 사람이 많고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좋아해요. 다만 가끔 그런 사람들 중에 따분한 사람들은 있어요. 그럼에도 우린 직감적으로 해를 입히지 않는 그들과 친해지고 싶어요. 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어느 순간 내가 혹은 그 좋은 기운을 가졌던 사람이 서로를 할퀴는 경우를 만나곤 해요. 너무 좋은 사람이라, 처음부터 착했던 사람이라 시간이 흐르고나서 스스로 모순에 빠지고 함정에 빠진 우리를 발견하곤 하지요. 너무 좋으니까. 너무 편하니까 나도 모르게 말을 쉽게 하게 되면서 상처를 주곤 해요. 우리 말은 종종 뉘앙스에 따라 좋은 말도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니까요. 말 실수라는 게 큰 게 아니더라구요. 별말 아닌데도 상대는 큰 상처를 입을 수가 있다는 걸 매번 느껴요. 좋아하는 친구를, 가족을 상처입히는 경우가 그래서 종종 있어요. 그런데 애초에 착하지 않은 사람들은 까칠하게 반응하니까 조심해요. 역설적이게도 그런 사람들과 더 오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있어요. 서로가 조심하다가요. 하지만 그럴 땐 더 좁혀지지 않는 관계 때문에 항상 공허하곤 하죠.


  너무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어요. 또 너무 착하게 살 필요도 없어요. 시간이 지나고나면 내가 우리가 너무 착하게 행동해서 오히려 손해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손해보는 게 나중에 득인 경우도 많지만. 그래도 살면서 상처받고 회복되지 않는 관계를 자꾸 만드는 것보다는 그게 나은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씁쓸할까요.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 착한 사람을 우린 분명히 좋아하는데요. 그건 우리의 뇌는 너무나 복잡해서 전기 신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나쁜 사람에게 끌리는 이상한 심리처럼요. 사실 이런 글을 쓰면서도 나는 그래도 좋은 기운을 가진 사람, 착한 사람을 더 좋아해요. 그리고 나도 그런 사람이고 싶구요. 조금만 조금만 우리 그런 사람들에게 조심해서 대해줘요. 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아껴주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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