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가 어려운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
아이의 방은 문을 열면, 늘 같은 풍경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쌍둥이지만 또 다른 방의 주인은 조금 다릅니다.
같은 집, 같은 나이지만 정리 방식은 다릅니다.
정리가 어렵게 느껴지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닿기를 바랍니다.
기분 좋은 아침은 오늘도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습니다. 눈을 뜨자마자 마주한 것은 아이들이 남기고 간 흔적들이었습니다. 어질러진 공간만큼 마음도 엉켜갑니다.
레몬수를 우리며 오늘의 마음을 가다듬어 봅니다. 작은 준비가 끝나면, 하나씩 어질러진 흔적들을 정리해 나갑니다.
레몬수를 우리고 남은 슬라이스는 전자레인지 청소에 사용합니다. 조금씩 정리된 공간을 보면 마음도 따라 정돈되는 기분입니다. 이건 누굴 위한 청소일까요? 아이들을 위한 듯하지만 결국은 저 자신을 위한 일임을 깨닫습니다.
아침부터 아이들에게 큰소리를 낸다고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결국 상처만 남고 하루가 더 거칠게 시작될 뿐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타이름은 아껴두기로 합니다. 아이들도, 저도 무사히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함입니다.
사실 저는 자라면서 깔끔한 집을 경험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린 동생들을 돌보느라 늘 바빴던 엄마는 정리에까지 손이 가지 못하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그 반대의 환경에서 안정감을 느낍니다. 제가 사는 공간이 정돈되고 깨끗하게 청소되어 있어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저와 같은 환경에서 자란 여동생은 정리정돈을 여전히 어려워합니다. 성인이 된 지금도 퀸사이즈 침대 위에는 입었던 옷들이 산처럼 쌓여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리정돈은 꼭 환경 때문만은 아니라고 느껴집니다.
아이들이 중학생 때까지는 설거지도, 빨래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조차 스스로 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는 성향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정리 습관도, 깔끔함도 각자의 성향일 뿐입니다. 그러니 정리가 어렵다고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 대신 ‘비우는 연습’을 먼저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1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물건부터 하나씩 비워보면 됩니다. 물건이 많으면 수납할 공간도 부족해집니다. 수납용품을 새로 사기보다, 비우는 것을 먼저 연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물건에게도 돌아갈 자리가 필요합니다. 매번 그 자리에 놓아주는 습관을 들이면 정리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됩니다. 저도 유튜브 편집을 하면서 제 공간을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쾌적한 생활은 ‘깔끔한 습관’보다 ‘넘치지 않는 물건’에서 시작됨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스토브 위의 탄 자국까지 지워보기로 합니다. 과탄산소다를 뿌리고, 헝겊을 덮은 뒤 뜨거운 물을 부어줍니다. 30분 정도 두었다가 닦아내면 말끔히 지워집니다.
두 아이의 칫솔만 봐도 성향이 느껴집니다. 한 아이의 칫솔은 늘 모가 퍼져 있고 사용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시선이 욕조 가장자리로 향합니다. 지워지지 않던 물때 자국들이 눈에 밟힙니다. 오늘은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정리해보려 합니다.
베이킹소다를 넉넉히 뿌리고 식초를 분무하면 몽글몽글 기포가 올라옵니다. 그 반응이 물때를 부드럽게 녹여줍니다. 랩을 덮어 식초가 날아가지 않게 막아주고 30분만 기다리면 말끔히 닦아낼 수 있습니다.
곰팡이 생기기 쉬운 샤워 커튼도 락스를 희석한 물에 담가 미리 관리해 줍니다.
불려둔 물때는 솔로 박박 문질러 닦아냅니다. 힘은 들지만 닦이는 순간마다 속이 시원해집니다.
거의 비어 있는 버블바스액은 오늘 밤 마지막으로 사용하고 정리할 예정입니다. 예전에 사두고 쓰지 않던 비누들은 요즘 바디솝 대신 하나씩 꺼내 쓰고 있어 바디워시는 한동안 사지 않았습니다.
토일렛 탱크 클리너를 사용하면 변기를 매일 청소하지 않아도 깔끔하게 유지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만 청소해도 충분합니다.
입었던 옷, 양말, 쓰레기까지 그대로 방바닥에 남겨두고 외출해 버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심지어 속옷까지 놓고 나갈 때도 있습니다.
청소하라고 시키면 마지못해 움직이지만 결국은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제가 다시 손을 대게 됩니다. 이 정도면 안 보여야 할 것 같은데, 닦을 생각 없이 잘 쓰고 있는 게 참 놀랍습니다. “청소기로 방 청소 좀 하라고”, “그리고 이불 내놔라, 세탁기 돌릴 거다”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나마 한 아이는 자기 방을 스스로 잘 관리해 주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 땐 엄마 말을 잘 따랐던 아이들, 정리도 제법 곧잘 했습니다. 하지만 열 살쯤부터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도, 그리고 저도 완벽하진 않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가며 함께 살아가는 중입니다.
요즘은 말린 허브로 마시는 차 한 잔이 가장 편안한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깨끗한 공간은 마음의 여유가 되어 누군가를 기꺼이 초대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정성껏 키운 채소를 손님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게 요즘 제일 큰 기쁨입니다.
조금 더 정갈하게, 기분 좋게 맞이하고 싶습니다. 작은 정성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 떡볶이, 어묵꼬치, 짜장면, 그리고 한국식 감성 샐러드 ‘사라다’까지. 정겨운 맛들로 마음까지 따뜻해지기를 바랍니다.
아,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흘러갔습니다. 깨끗해진 욕조에서 오늘은 버블욕으로 조용히 마무리하려 합니다.
오늘도 마지막까지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 또 다정하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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