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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lena J Apr 09. 2023

아이는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

부모에게 있어서 평범한 자식은 없다던데, 당신의 아이들은 어떤가요?


제 아이들은 지극히 평범하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고통이 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한 적도 없었습니다. 

미움, 분노, 걱정, 근심 이런 모든 감정들이 한 바퀴 내 안에서 소용돌이치고 지나간 후 

다시 새로운 관점으로 내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었습니다. 

내 생각을 바꾸고 나니 아이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몸이 아파서 불치의 병으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는데, 

내 아이는 마음이 아파서 그런 거라고 말이죠. 

신체적인 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를 돌보는 것보다는 

그래도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아이의 모습에 감사하자라고 마음먹으니 

내 머릿속 생각이 가벼워졌습니다.


하지만, 나는 부모입니다. 

아이와 실랑이하는 것에 지쳤다고 해서 아이의 인생에 있어서 방관자가 될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이 실패를 경험할 때 부모로서 적절한 상호작용을 해주라고 하던데 

현시점에서 엄마로서 내 아이들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세상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머물면서 스스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가지고 

또한 이 엄마에게도 풀어놓을 수 없는 아이들의 깊은 마음속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조언 받 수 있는 분을 만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한 달에 한 번씩 목적을 가진 캠핑을 떠납니다.


캠핑을 나서기로 한 날 아침은 항상 마음속에 긴장감이 감돕니다. 

햇볕이 따사롭던 날이 갑자기 폭설로 바뀌듯이 

아이들은 당일 아침의 감정상태에 따라 태도가 바뀌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은 아이들이 아주 어릴 적에 캠핑을 다녔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내 삶의 무거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주말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서 캠핑 다니는 것 을 시작하였습니다. 

두 아들들은 너무 작고 어렸었기에, 

그래서 엄청나게 많은 캠핑 짐을 꾸리고 차에 싫고 다시 풀고 하는 일들은 

모두 저 혼자만의 몫이어야만 했습니다. 

아이들은 혼자서 텐트 치는 것을 힘겨워했던 엄마를 도왔어야만 했습니다. 

어느덧 두 아이들이 함께 짐을 나르고 텐트를 치고 하는 일들을 거들어 주는 듬직한 청소년이 되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섬에 살고 있기에 

한 시간 반동안 페리를 타야지만 캠핑장이 있는 곳으로 이동할 수가 있습니다.

그 시간 동안 바닷바람을 맡으며 넓고 푸른 세상을 바라봐서인지 
아이들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된 것처럼 시간 이동을 해서
예전의 사랑스럽던 모습으로 돌아갑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말도 많아지고 저를 향해 대화도 집에서 보다 많이 합니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던데 
어느 상황에서건 어떠한 이유에서건 아이들 앞에서 
나 스스로 감정 컨트롤을 잘하지 못했던 내 뒷모습을 돌아보며 부끄러워집니다. 


또한 내가 보고 자랐던 나의 부모님의 뒷모습도 나에게 정서적 공감을 느끼게 하진 못하셨는데 
그래서 나는 더 나은 부모가 되고 싶었었는데 
하지만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같은 뒷모습을 보여주며 살고 있었구나 하는 깨닮음이 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은 늦지 않았습니다. 

청소년이긴 하지만 아이들이 살아 나아갈 인생에 비하면 아직은 한참이나 어립니다. 

아직은 내게도 시간이 있습니다. 

아이들과 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동안 지금부터라도 
여유 있고 포근한 엄마의 뒷모습을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 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래서 한 십 년쯤 후 서로 웃으며 

이 시간에 함께 했던 캠핑여행의 추억을 이야기할 날 이 올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영상과 함께 하는 이야기

https://youtu.be/uBw6YotTq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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