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리선상에 앉아서 따사로운 햇살을 한 몸 가득 받으며 바다 위에 떠 다니는 요트들을 바라봅니다.
새 파란 하늘 위로 뭉게구름이 둥실거리고, 아주 커 다한 한 덩이의 구름은 철부지 없던 어린 시절 구름을 타고 다니며 세상 구경을 하고 싶었던 마음의 추억을 다시 회상시켜 줍니다.
세상은 이렇게 밝게 빛나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지만 차 안에 앉아서 꼼작도 하지 않고 게임 영상을 보고 있는 나의 청소년 아들들입니다.
텐트캠핑은 몸을 움직여야 내가 쉴 곳이 생기기에 아이들은 캠핑장에 도착하자마자 나름대로 알아서 척척 할 일을 찾아 하고 있습니다. 캠핑카 여행이 부럽긴 하지만 청소년 아이들을 둔 우리 가족에게는 이 텐트캠핑이 아직은 필요합니다.
이번 여행 일정은 출발하고자 했던 날의 페리 예약이 모두 매진이라 캠핑장 예약일보다 하루 먼저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페리티켓이 온라인으로 매진일 경우 현장에 도착하여 구입을 할 경우 하루종일 대기하며 기다려야 하기에 차라리 하루 전날 출발로 페리예약을 하여 정해진 시간에 출발을 하여 캠핑장에서 일어날 일을 우리의 운에 맡기기로 하고 그렇게 우리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캠핑 사이트 없이 무작적 목적지에 도착하였습니다.
캠핑 성수기라 자리가 있을까 걱정은 했지만 그래도 캠핑장 이용을 위해 일반적으로 4개월 전에 예약을 해야 해서인지 예약해 두고도 오지 않는 자리가 있다는 것을 알기에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왔습니다. 캠핑장 입구 표지만에 '빈자리 없음'이란 푯말에 긴장을 하긴 했지만 다행히도 우리 가족이 머물 자리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페리 선착장의 주차장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에 비해 다소 모험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저녁을 먹을 여유를 가진다는 것이 얼마나 좋습니까!
기분 좋은 아들은 엄마를 도와 척척 텐트를 치고 그렇지 않은 녀석도 나름의 역할을 마친 후 서로의 휴식시간을 가지는 중입니다.
내일 아침 다시 짐을 챙겨서 예약해 둔 사이트로 이동을 해야 하기에 오늘 저녁은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오션뷰와 함께하니 옥수수 찌는 모습도 한 장의 수채화 같이 아름답기만 합니다.
방금 쪄낸 옥수수는 차가워지는 바닷바람을 맞이하며 먹기에 따듯하고 그 맛도 구수하니 딱 안성맞춤입니다. 집에서 먹는 것보다도 그 맛이 몇 배는 더 맛이 있습니다. 옆자리에 앉아서 조잘거리며 끊임없이 이 엄마에게 말을 건네던 어린아이들은 이제는 자신들의 단말기와 함께하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는 것을 더 좋아하는 나이라서 아쉽기는 합니다. 조금 더 커서 성인이 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을까요? 아님 더 바쁜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에 이 엄마 혼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까요? 어쨌거나 아직까지는 이렇게 이 엄마와 함께 캠핑을 다녀주는 아들들이 착한 것 같습니다.
다음날 아침, 차로 짐을 먼저 옮기고는 아이들은 걸어서 이동하는 중입니다.
여름캠핑을 준비하며 아이들이 물놀이를 할 수 있도록 카약을 구입했습니다. 낚시를 할 수 있는 곳은 제한이 있기에 호수나 바다가 바로 옆인 캠핑장에서 우리 가족이 조금 더 자연을 즐기며 지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작년여름에 이미 카약의 경험이 있기에 다행히도 아들은 카약에 관심을 가지며 설치하기에 한창입니다.
한 끼 식사로 간단히 만들 수 있는 가지밥을 만드는 중입니다. 양념한 가지를 볶은 후 일반밥하는 것처럼 쪄서 먹는 요리랍니다.
하루 세끼를 모두 해 먹고 치우고 해야 하기에 해 뜨고 해 질 때까지 음식 만들고 먹고 또 설거지하고를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몸이 점점 고단해집니다. 아이 한 명만 데리고 와서 캠핑할 때와는 다르게 두 녀석이 함께 오니 오히려 더 각자의 시간을 가지려고 해서 함께 밥을 먹는 것도 참 어렵기만 합니다. 조금 기다렸다가 같이 모여 앉아서 먹으면 좋으련만 자기 먹을 것만 먹고는 얼른 가버리는 아이들 때문에 음식준비하며 함께 하기를 기다렸던 시간을 기대한 것이 조금은 허망하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3박 4일 동안 하루 세끼를 꼬박꼬박 먹여가면서 데리고 있었더니 캠핑을 다녀와선 아이들은 한동안은 집에 저녁에 일찍 들어왔습니다. 아이들 배꼽시계가 아이들을 집으로 일찍 들어오게 만든 것 같습니다. 평소에 한 끼 정도 굶고 하루 2끼 정도 먹었던 아이들이 캠핑에 있으면서 꼬박꼬박 음식을 챙겨 먹었더니 이런 일도 생기더라고요. 끼니를 거르면 거를수록 위가 쪼그라들어서 배가 덜 고파지고 많이 먹을수록 위가 늘어나서 그 허기가 더해진 것 같습니다.
캠핑하는 동안에는 설거지 혼자 도맡아 해야 하고 텐트 안에서 영상만 바라보는 아이들 때문에 기분이 상하기는 했지만 다녀온 후 아이들의 행동 변화를 보면서 오히려 더 흐뭇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먹는 보습을 보면 흐뭇해지는 것은 모든 엄마들의 공통적인 마음이겠죠! 아이들은 이 마음을 알까요?
불고기 해 먹은 후 판에 달라붙은 것이 찬물로 설거지를 해서인지 잘 안 닦여서 귤껍질을 넣고 끓인 후 수세미로 박박 문질러 보았어요. 귤껍질 때문인지 아니면 끓는 물로 닦아서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깨끗하게 잘 닦였죠!
드디어 아들과 함께 하는 카약 타는 시간입니다.
바닷바람이 세서 파도가 일렁여서 조금 위험스럽기는 했지만 시험 삼아 조금만 타보기로 했어요.
겨울부터 봄까지 그렇게 시끄럽게 울어대던 바다사자들이 조용하다 싶었더니 여름이 다가오니 바닷물이 이렇게 많이 빠져서이군요. 고무카약에 구멍이라도 날까 걱정되는 마음으로 오늘의 시도는 여기까지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은 스스로 몸 움직이며 단순노동으로 텐트 설치하고 모닥불 피우며 불멍 때리고 24시간 자연이 들려주는 심신을 평온하게 해주는 소리들과 함께 이 엄마가 만들어주는 음식을 시간 시간 먹으며 그렇게 3박 4일을 보냈습니다.
돌아가기 위해 짐을 챙기는 아침은 분주하기에 아주 간단히 먹는 아침이 최고입니다. 인스턴트 짜장면 맛이 진짜 짜장면 맛과 똑같아서 그 기술에 감탄하며 먹었습니다.
아이들 기분이 그렇게 좋지 않았던 상태로 함께 했던 3박 4일간의 캠핑으로 중간중간 서로의 감정이 상하는 일들이 생기긴 했지만, 돌아와서는 아들은 기꺼이 엄마의 차의 먼지 청소도 해주고 그리고 캠핑 전보다는 훨씬 더 감정의 기복의 폭이 적어지는 아이들을 보며 이번 캠핑도 고생그럽 긴 했지만 참 잘 다녀왔구나라고 생각하며 또 다음번의 캠핑을 계획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