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봄의 시작
봄이 되었다. 봄에는 나도 유난스러워진다.
봄엔 꼭 굳이 안 그래도 되는데 그러는 순간이 있다.
자주 다니는 길가에, 아직 앙상한 나뭇가지 틈틈이 올라오는 새싹을 매일 가늠해 본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빵쇼핑을 핑계 삼아 유난히 따뜻해진 밤거리를 한 바퀴 빙 둘러온다.
이 책을 읽을 땐 꼭 이 컵에 커피를 먹고 싶었어! 라며 머그컵을 고이 가방에 챙겨 넣는다.
헤어지는 게 아쉬워 괜히 한 정거장을 더 걸어가자며 헤어짐을 유보한다.
바쁜 일정에도 일상을 나누고, 여행길에 특산품을 한아름 가져와 건넨다.
강의 전날이면 다음 날 입을 옷과 헤어핀까지 이것저것 한껏 밝아진 색감으로 꺼내 맞춰 본다.
꽃 개화시기를 맞춰보며 요이땅 하면 나들이 갈 마음에 들뜬다.
지난주 있었던 봄의 시작 같은 순간들.
생존에는 하등 영향 없는, 구태여 이 유난스러운 것들이
어쩌면 더 생생한 삶의 순간들 같다.
진짜 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