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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정시에 도착한 선물

Where Do You Go When You Leave Me, Mom?

by Helen J

어제 집에 도착한 소포 하나.

소포를 보자마자 헛웃음이 났다. 그 많은 날들 중에 하필 오늘 도착하다니!


기다리던 이 소포에 대해 2주 전쯤 쓴 글은 이랬다.


“지난 11월, 애정하는 Shepherd 교수님이 직접 쓰신 동화책 [Where Do You Go When You Leave Me, Mom?]을 한국으로 보내주신다고 하셨다.

내가 다루는 임상 사례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 읽어보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책 파일이 아니라 프린트된 실물 책으로 꼭 봐야 한다며 택배를 고집하셨다.

그런데 4개월이 넘도록 책은 도착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택배에 들어갔을까? 택배 선박이 바다에 빠졌을까? 주소를 잘못 적어 아파트 다른 동으로 갔을까? 한국 우체부가 비상 계엄 영향으로 해외 소포 배달이 지연된 걸까?’


교수님과 몇 번이나 책이 어디로 사라졌을지에 대해 농담을 주고받았는데, 지난주 결국 책의 분실을 인정하고 교수님이 책의 디지털 파일을 이메일로 보내주셨다.


그런데 책을 받아보니 재밌는 건, 아이를 위한 짧은 이 이야기책의 내용은 “엄마의 부재 속에서 아이가 엄마의 행방을 상상하는 구조”라는 거다! 마치 책의 부재 속에서 책의 행방에 대해 상상하던 그 시간들 모두 이 책을 읽는 과정이었던것처럼.


현대정신분석가인 교수님답게 이 단순한 유아용 동화속에서도 애착이론과 유아의 상상력 발달과정을 상징적으로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성인과 아이 모두에게 추천!!!!”



여기서 원문은 끝났었다.


이후 교수님께 책 리뷰 글을 보내드리고, ‘애착이론과 엄마의 부재’에 대해 몇 차례 글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책의 부재에 대한 모든 소통이 마무리된 지금, 바로 오늘, 장장 5개월여 만에 교수님이 보내신 택배가 마침내 도착한 것이다.


교수님께 답장을 보냈다.


“Dr. Shepherd! I finally got your mail today! It’s a coincidence that it’s my birthday today. Thanks for the best bday gift!“

(교수님, 드디어 보내주신 소포가 도착했어요. 우연의 일치겠지만, 오늘이 제 생일입니다. 최고의 생일 선물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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