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이라고 본인을 소개하면서 그녀가 보낸 코칭 주제는 '작심삼일'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이 고민하는 '작심삼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나는 고등학생과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이 없었다.
나의 고교 시절을 회상하며, 그녀를 위한 여러 질문들을 준비했다.
그녀는 철없고 아무 생각 없었던 고교시절의 나와 많이 달랐다.
나의 질문에 차분하고도 신중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쌓아나간다.
가끔은 "(잠시 고민한 후) 잘 모르겠어요"라고 솔직한 응답을 한다.
꾸미지 않은 솔직한 답을 들으면 코치는 참 안심이 된다.
그녀의 작심삼일은 공부다.
한참 공부해야 할 때인데 공부에 대한 동기가 사라진 것 같다고 한다.
눈물겨운 그녀의 공부 이야기를 들으면서 대견하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하다.
공부를 하는 목표에 대해 들었을 때는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어른스러워 보이다가도 순간순간 아이 같은 모습이 보인다.
꿈을 이룬 미래의 그녀를 상상하면서 내가 인터뷰를 해도 되겠냐고 제안했다.
공부 고민을 하는 후배가
선배에게 궁금한 것을 묻는 방식으로 코칭을 진행하자
그녀는 진심을 다해 자신의 공부법을 소개한다.
말의 내용에는 거침이 없고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한 시간 정도 이야기한 후 그녀에게 무엇을 알게 되었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에게 공부에 대해 동기와 의지가 있다는 걸 알았어요"
순간 탄식이 나왔다.
얼마나 현명하고 예쁜 고객인가!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인스타그램의 홍보를 보고 코칭을 신청할 결심을 한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용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내가 만약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있었다면 코칭을 더 잘할 수 있었을까?
아닐 것 같다.
코칭 진행 중 그녀의 음색이 두 번 정도 바뀐 적이 있었다.
두 번의 공통점은 모두 친구나 후배 이야기를 했을 때였다.
청소년의 세상에서는 가족보다는 친구, 교우관계가 훨씬 중요하다.
다시 한번 배웠다.
용기 내어 코칭을 신청해 준 그녀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그녀를 통해 미래가 밝게 보이는 느낌이 들어서 더욱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