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으로 봐서 그는 남성 고객이었다.
사전에 보내온 주제를 봤을 때는 갸우뚱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이 폭발한다.
그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빨리 가는 게 뭐가 문제일까?
시간을 어떻게 써야 만족을 느낄까?
겉보기에 그는 모든 것이 평안한 상태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지금의 일도
몇 년 하고 나니 이제는 '빠꼼이'가 되어 어려울 게 없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며 건강도 잘 지킨다.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산다.
그런데 의욕이 없다. 그게 문제다.
활기차게 살았던 때의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치고 묘사가 자세하다.
듣고 있는 나에게도 에너지가 전해져 올 정도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떠내려가던 키워드 몇 개를 건져 올렸다.
'사람''도전''재미''땀''건강'.....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새로운 재미와 도전을 위해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한다.
그 나이 또래 남성들이 좋아라 하는 골프의 경우
그에게는 시간만 아깝고 너무나 재미없는 운동이란다.
전에 즐겁게 했던 스쿼시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고
복싱에도 관심이 간다고 한다.
코칭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마음이 급한 듯 그의 말이 갑자기 빨라진다.
머릿속에 떠오른 운동들에 대해 빨리 알아보고 싶다고 한다.
알아볼 방법까지 이미 구체화되어 있는 듯하다.
코치로서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코칭받은 고객만이 아니었다.
코칭을 하고 있는 나도 함께 마음이 급해졌다.
땀 흘리며 운동하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일하는 동안에도 퇴근 후 운동할 생각에 설레는
그의 운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어서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 뛰고 싶다는
(놀라운) 욕구가 솟구쳤던 것이다.
날씨가 안 좋아서 아쉽게도 뛰는 건 포기했지만,
이렇게 코치에게도 에너지가 전달되는 코칭 경험이라니!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