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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의미

by Helen

|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이름으로 봐서 그는 남성 고객이었다.

사전에 보내온 주제를 봤을 때는 갸우뚱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요...??'

무슨 의미일까. 궁금증이 폭발한다.

그에게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시간이 빨리 가는 게 뭐가 문제일까?

시간을 어떻게 써야 만족을 느낄까?


| 시간의 문제가 아니었다


겉보기에 그는 모든 것이 평안한 상태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지금의 일도

몇 년 하고 나니 이제는 '빠꼼이'가 되어 어려울 게 없다.

아이들도 잘 크고 있고,

여러 가지 운동을 하며 건강도 잘 지킨다.

정말 열심히, 부지런히 산다.

그런데 의욕이 없다. 그게 문제다.


활기차게 살았던 때의 이야기를 한다.

목소리에 에너지가 넘치고 묘사가 자세하다.

듣고 있는 나에게도 에너지가 전해져 올 정도다.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떠내려가던 키워드 몇 개를 건져 올렸다.

'사람''도전''재미''땀''건강'.....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들이다.


새로운 재미와 도전을 위해 다시 운동을 해야겠다고 한다.

그 나이 또래 남성들이 좋아라 하는 골프의 경우

그에게는 시간만 아깝고 너무나 재미없는 운동이란다.

전에 즐겁게 했던 스쿼시에 다시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고

복싱에도 관심이 간다고 한다.


코칭이 마무리되어 갈 때쯤

마음이 급한 듯 그의 말이 갑자기 빨라진다.

머릿속에 떠오른 운동들에 대해 빨리 알아보고 싶다고 한다.

알아볼 방법까지 이미 구체화되어 있는 듯하다.

코치로서 참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 코치에게 전해지는 에너지


마음이 급해진 것은 코칭받은 고객만이 아니었다.

코칭을 하고 있는 나도 함께 마음이 급해졌다.


땀 흘리며 운동하고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선의의 경쟁을 하고,

일하는 동안에도 퇴근 후 운동할 생각에 설레는

그의 운동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어서 전화를 끊고 밖에 나가 뛰고 싶다는

(놀라운) 욕구가 솟구쳤던 것이다.


날씨가 안 좋아서 아쉽게도 뛰는 건 포기했지만,

이렇게 코치에게도 에너지가 전달되는 코칭 경험이라니!

놀랍고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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