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후배가 KPC 실기시험에서 떨어졌다. 실의에 빠진 그녀는 "나는 코칭에 안 맞는 사람 같아요"라고 하며 다음 도전을 포기하려 한다. 그러면서도 실기시험 때의 코칭을 복기하며 잘못된 부분을 찾고 또 찾아 자책한다. 옆에서 지켜보기가 안쓰러울 정도다.
그녀에게 코칭을 권한 건 나였다. KAC 때까지만 해도 천생 코치다 싶었던 그녀였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 말로는 고객 역할을 했던 파트너가 ‘동문서답’을 해서 힘들었다고 한다. 과연 그게 전부일까?
그녀가 보내준 코칭 녹음파일을 꼼꼼히 들었다. 뜻밖에도, 나는 고객이 ‘동문서답’을 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오히려 그녀가 ‘내가 이렇게 물으면 고객은 이렇게 대답해야 한다’는 정답을 정해놓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와 긴 통화를 나눴고 결국, 가장 밑바닥에 깔려 있던 실패의 원인을 마주하게 되었다.
실기시험에서 먼저 코치 역할을 했던 그 파트너는 코칭을 잘 하지 못했다고 한다. 고객 역할을 했던 그녀는 코칭을 통해 얻고자 했던 걸 얻지 못했고, 그 일로 인해 파트너를 얕보는 감정이 싹텄던 것 같다. 게다가 그 파트너는 발음이 다소 부정확하고 말이 어눌한 분이었다. 논리정연하고 언어 구사력이 뛰어난 그녀 입장에서는 답답하게 느껴졌을 수 있겠다.
그녀는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고 판단이 빠른 편이다. 평소엔 속마음을 감추는 일이 어렵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코칭 상황에서는 그 'Ego'가 감춰지지 않았고 결국 평가자들에게 들켜버린 것이다.
코칭을 잘 하기 위해 코치들은 다양한 스킬을 배우고 연습한다. 하지만 코칭의 출발점은 고객 혹은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아닐까. 스킬은 그 이후의 문제가 아닐까.
코치도 사람인지라 나와 다른 성향을 가진 고객을 만나면 이해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되뇐다. "그럴 수 있어!"
그리고 예전 기억을 더듬는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대화를 하면서 반전 매력을 보여줬던 몇몇 사람들. 그 얼굴들을 떠올리며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리고 조금 이상해 보이는 고객에 대한 판단을 잠시 유보한다.
얼마 전 읽었던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에 따르면 어렵게 배운 것일수록 더 오래 남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한다. 그녀가 이번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먼 훗날 이렇게 말하길 바란다. “그때 시험에서 떨어졌던 경험, 참 소중했어!”
나는 고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을까, 아니면 내가 기대하는 방식으로 반응하길 바라고 있었을까?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스킬은 진짜 고객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내가 잘해 보이기 위한 것일까?
나는 고객의 말이 막힐 때 불편함을 참으며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나도 모르게 결론을 서두르고 있진 않았을까?
남에게 들키면 부끄러워서 숨기고 있는 코치로서의 내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실수와 실패 앞에서 내가 나에게 보내는 시선은 어떤가? 따뜻한가, 아니면 차가운가?
코칭이란 게 꼭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어야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난 아닌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