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후배와 커피를 마시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처럼 HRD를 오래 해온 후배다. 완벽주의적인 성향도 나와 많이 닮았다. 그 후배가 얼마 전 참관한 코칭 세션 이야기를 했다. 코칭 잘하기로 이름난 K 코치의 코칭이었는데, 소문과 달리 말투가 어눌해서 “진짜 저분이 유명한 그분이 맞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괜히 안심이 되고, 어눌하게 말하는 사람을 보면 속이 답답해지는 건 아마도 업무상 수많은 강사들을 만나면서 생긴 HRDer의 직업병일 것이다.
후배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예전에 KSC 준비 중이던 코치님께 코칭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코치의 질문은 매우 간결했고, 답이 바로 나오지 않아도 말없이 기다려주는 태도가 인상 깊었다. 코치가 하는 일이 별로 없어 보였는데, 신기하게도 나는 어느새 엄청난 수다쟁이가 되어 있었다.
그때 느꼈다. 완벽주의자의 코칭은 때로 위험할 수 있다. 완벽한 흐름, 깔끔한 언어, 계획된 질문들로 채워진 코칭은 오히려 고객이 들어설 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 고객의 생각이 자라나야 할 공간이 코치의 에고로 채워져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가끔 그런 실수를 한다. 질문하는 기계처럼 질문을 이어서 던지거나, 고객이 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다음 질문을 마음속으로 준비해 두는 버릇이 남아 있다. 고객의 말이 어눌하거나 주술이 안 맞으면 내가 괜히 더 답답해하기도 한다. 이런 습관은 코칭을 잘하고 있다는 착각을 불러오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멈춤(pause)’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한다. 코치가 의도적으로 비워준 그 잠깐의 시간 동안 고객은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언어를 찾는다. 빈틈, 혹은 어눌함이야말로 코칭의 핵심일 수 있다. 모든 것을 빈틈없이 채우려는 완벽주의의 태도는 코칭의 본질과는 거리가 있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조금 더 느슨하게, 조금 더 멈추는 연습을 해보려고 한다. 완벽하려는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고객이 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코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