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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

by Helen

일본의 한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하려고 하는데 가입비와 회비 입금이 확인되어야 로그인이 가능하다는 안내 메일이 왔다. 문제는 안내받은 계좌로 입금을 해도 거부당한다는 것. 문의 메일을 보내고 며칠을 기다렸지만 info 담당자가 휴가를 갔는지 회신이 없다.


급한 마음에 일본에 사는 언니 2호에게 sos를 쳤다.(나는 언니 부자다!) 상황을 설명한 뒤 나 대신 일본 내에서 입금을 해 주면 언니에게 송금을 하겠다고 했다. 언니 2호는 흔쾌히 수락하면서 돈은 굳이 일본으로 송금할 필요 없고 언니 3호에게 본인 계좌가 있으니 그쪽으로 보내면 된다고 한다. 오! 그것 참 좋은 방법일세!


언니 2호는 바로 송금을 했고 송금확인서를 사진 찍어 보내주었다. 참고로 우리 집 여자들은 행동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나도 우리 집 여자답게 바로 언니 3호에게 언니 2호의 계좌를 알려달라고 했는데...


"계좌? 그런 거 없는데...??"
"일본 언니가 있다고 했는데?
"무슨 소리야. 계좌 같은 거 없어.
매월 엄마 생활비 드리라고 나한테 맡겨 놓은 돈은 있지만..."


순간 등에서 식은땀이 줄줄... 최근 언니 2호와 언니 3호의 사이가 안 좋은 터라 잘못하면 나 때문에 두 사람의 불화가 깊어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원래 자매들은 세상 친하게 지내다가 갑자기 삐지기를 반복한다) 언니 3호와의 대화를 급히 접고 언니 2호와 주고받은 카톡 내용을 다시 훑어보았다. 드디어 문제의 톡 발견..



앗!!! 도대체 나는 왜 '금고'를 '계좌'로 왜곡해서 인식했던 걸까. 도대체 왜! 왜! (비록 글로 소통한 것이지만) 경청이 이렇게나 어렵다. 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면 큰 일 날 뻔했다. 아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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