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관은 어디에서 오는가?

느낌과 작업기억, 그 미묘한 협업

by Helen

코칭을 하다 보면 “말은 괜찮다는데, 표정이 어딘가 좀...”, “뭔가 말하지 않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은데...”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는 이런 순간을 보통 ‘직관’이나 ‘육감’이라고 부른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뭔가 분명히 ‘감지’되는 순간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감각을 단순한 감이나 본능쯤으로 여기곤 한다. 하지만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이 감각은 충분히 설명 가능한 인지 과정이다.


코칭에서 이 직관은 종종 고객도 미처 인식하지 못한 진짜 이슈에 다가가는 통로가 된다. 표면적인 이야기 뒤에 숨겨진 감정, 반복되는 사고 패턴, 혹은 미묘한 저항감 같은 것들… 코치가 이런 신호를 포착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개입할 수 있다면 그 한 마디가 코칭 대화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직관은, 코칭에서 ‘가장 인간적인 도구’이자 가장 강력한 변화의 기제가 되기도 한다.


| 작업기억: 코칭의 인지적 작업대


뇌과학에서는 작업기억(working memory)이라는 개념이 있다. 작업기억은 우리가 순간순간 생각을 이어가고, 판단하고, 행동을 조절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뇌의 기능이다. 한마디로 뇌 속의 '작업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코칭 중에도 뇌 속의 작업기억은 쉼 없이 작동한다. 고객의 말과 표정, 억양을 받아들이고 지난 세션 내용을 떠올리며 상황에 맞는 질문을 구성하는 동안 작업기억은 마치 뇌 속의 임시 작업대처럼 움직인다. 하지만, 이 작업기억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어떤 ‘감각적인 판단’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느낌’이다.


| 다마지오의 ‘느낌’ 이론: 몸으로 기억된 판단


신경과학자 안토니오 다마지오(Antonio Damasio)는 ‘소마틱 마커(somatic marker)’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소마틱 마커란 “몸으로 기억된 감정의 표시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겪은 경험은 단순히 기억으로만 저장되지 않는다. 그때의 몸의 반응(심장박동, 긴장, 온기 등)과 함께 뇌에 저장된다. 그리고 비슷한 상황이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한다. 이 반응은 무의식적이지만, 우리에겐 ‘느낌’으로 다가온다.


코칭 중 고객이 “괜찮아요”라고 말하는데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일 때, 그건 ‘말’이 아니라 과거의 유사한 정황, 긴장된 억양, 어색한 표정 등이 몸에 새겨진 기억을 자극했기 때문일 수 있다.


| 느낌과 작업기억, 그리고 코칭 직관의 통합


'작업기억'은 ‘질문 구성’처럼 의식적이고 분석적인 활동에 더 가까운 반면, 직관은 '느낌(특히 다마지오가 말한 소마틱 마커)' 쪽에 더 가까운 뇌의 작용이다. 한마디로 ‘느낌’이 촉발하고, ‘작업기억’이 그것을 구조화해서 말로 옮긴다는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 코치가 직관을 기르기 위한 작은 연습들


코치의 직관은 타고난 능력이라기보다, 수많은 경험과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몸의 지식이다. 그리고 그 지식은 느낌으로 다가오고, 작업기억을 통해 해석되며, 질문이나 개입이라는 형태로 표현된다. 다음과 같은 작은 습관들이, 코치의 직관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


1. 세션 직후 코칭 내용을 복기하기

코치가 했던 말뿐 아니라 고객이 했던 말 중에서 코치가 포착했던 것은 무엇이고 놓쳤던 것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기

만약 직관을 표현했는데 고객이 그게 아니라고 한다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돌아보기

직관이 어디서 왔는지 인식하는 연습이 직관을 더 자주 떠오르게 만듦.


2. 고객의 말 외에도 몸과 표정 읽으려고 노력하기

말의 내용과 함께 말하지 않은 신호에 주목하기.

표정, 억양, 멈춤, 에너지 변화 등에서 느껴지는 ‘미세한 감각’이 직관의 재료가 됨.


3. ‘느낌’을 억누르지 않고 실험해 보기

논리적 이유는 없지만 끌리는 느낌이 있다면, '깃털처럼 가볍게' 던져보기.

나의 직관을 믿고, 혹시 틀리더라도 위축되지 말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경청이 이렇게나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