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조에 장미 꽃잎을 둥둥 띄우고 목욕하는
영화 속 장면을 볼 때마다 늘 궁금했다.
귀족들은 정말 저러고 목욕을 했을까?
누드 숨기기용 영화적 꼼수일까?
꽃잎 속 특별한 성분이 물에 녹아드는 걸까?
뜨거운 물에 꽃잎을 넣으면 금세 나물처럼 흐물흐물해질 텐데...
끝나고 나면 청소는?
혹시 뜰채로 하나하나 건져내는 걸까?
아이고 귀찮아.....
오늘,
샤워 중인 장미터널을 지나던 중
문득 발길을 멈추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누군가가 장미 향 나는 물을
거대한 분무기로 내 몸에 뿌려주는 것 같았다.
장미 꽃잎이 띄워진 욕조에서
목욕하는 기분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근사하네!
옅은 향기 하나에도 이렇게 근사한 기분이 들다니,
사람 마음이란 얼핏 미로 같아도,
어떨 때는 너무 쉽게 출구가 찾아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