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치님, 질문이 잘 이해가 안가요.

by Helen

지난주 KPC 코치 자격시험을 준비하는 분을 코칭할 기회가 있었다. 모 글로벌 기업에서 HR 업무를 담당하는, 똑똑하고 성실한 분이었다. 그런데 코칭하는 모습을 보니 의외의 문제점이 발견되었다. 말을 할 때 문장이 너무 길고, 내용이 왔다 갔다 해서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던 것. 코칭스킬 이전에 화법에서 답답함이 느껴졌다.


문제는 이런 화법을 본인 스스로는 잘 모른다는 점이다. 피드백을 받아도 “내 말이 그렇게 산만했나?” 하고 체감하기 어렵다. 설령 여러 차례 지적을 통해 문제를 인식하고 있더라도 언어 습관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아 더 난감하다.


| 코치에게 화법이 중요한 이유


코칭은 단순한 대화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시키는 대화이다. 따라서 코칭 대화 중 코치가 던지는 말(특히 질문)은 고객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고의 방향을 또렷하게 잡아줘야 한다.


"인지부하(Cognitive Load) 이론"

심리학에서 인지부하란, 사람이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양에 한계가 있다는 개념입니다(Sweller, 1988).

☞질문이 장황하거나 구조가 꼬이면 고객은 질문의 의미를 해석하는 데 에너지를 쓰느라 정작 자기 내면을 탐색할 여력이 줄어든다. 즉, 질문의 명료성은 고객의 사고 자원을 아껴주는 효과가 있다.


"언어는 사고의 틀이다"

언어학자 L. 비고츠키는 “언어는 사고를 매개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했다.

☞ 코치의 화법이 명확할수록, 고객은 자신의 사고를 더 정리된 형태로 표현할 수 있다. 즉, 좋은 화법은 단순히 전달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사고 구조를 돕는 촉매제가 된다.


"신뢰 형성과 직결된다"

대화에서 불필요하게 길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은 고객에게 혼란을 주고, 이는 곧 코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 연구에서도, 대화의 명료성은 관계적 신뢰(trust)와 긍정적인 감정 반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McCroskey & Teven, 1999).


|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두 가지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녹음·녹화로 객관화하기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화법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자기 목소리를 다시 듣거나 영상을 보면, 장황하거나 주술이 꼬이는 부분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 코치를 코칭하는 상황이라면 자신의 코칭대화를 “한 번 들어보세요”라는 제안이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지난주 만났던 코치는 이미 많이 들어봤다고 해서 대략 난감...^^;;)


질문을 짧게 만들고 소리 내어 말해보기

한 문장 안에 여러 생각을 넣지 않고, 핵심 질문 하나만 던지는 연습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 두 개 이상이면 쪼개자”라는 원칙을 세워도 좋을 것이다.

☞ 코칭을 복기하면서 자신이 했던 질문 문장을 수정한 다음 소리 내어 읽어보는 방법을 추천한다. 문장을 수정할 때에는 우선 불필요한 단어를 다 삭제하고(삭제해도 말이 되면 일단 삭제), 긴 내용을 더 짧게 표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 정리

코치에게 화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역량이다. 코치의 말이 길어지면 고객의 사고는 흐려지고, 코칭의 본질도 흔들린다. 간결하고 명료한 화법은 코칭 역량의 핵심이자 자격시험의 필수 조건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자기 점검, 짧은 질문 연습 등을 통해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길고 친절한 질문보다는
짧은 촌철살인 질문이 훨씬 효과적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두 개의 가치관 중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의 코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