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객이 ‘과거’에 머무를 때...

by Helen

“이 정도면 탐색은 충분한데, 왜 자꾸 과거 얘기만 반복하지?”


코칭을 하다 보면 고객이 자기 이야기를 깊이 있게 탐색하고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초반에는 아주 좋다. 흐름이 잘 잡힌 것 같고, 관계도 안정적으로 쌓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데 문제는 코칭이 중반을 넘어갈 때부터 시작된다. 고객이 여전히 과거 이야기만 반복할 때, ‘이제는 미래로 나아갈 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 순간부터 말문이 막히기 시작한다. 나의 어젯밤 코칭이 그랬다.


고객이 과거에 머물러 있을 때, 어떻게 하면 미래로 관점을 전환할 수 있을까? 밤새 이불킥 하면서 고민한 끝에 앞으로도 비슷한 상황이 생길 것 같아 이렇게 글로 남겨두기로 한다. 혹시 나처럼 고민하고 있는 코치가 있다면 이 내용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 전환의 3단계 구조: 과거 → 통합 → 미래


고객이 과거 이야기에 머무르는 이유는 단순히 거기에 집착해서가 아니다. 그 안에서 아직 이해되지 않은 무언가를 끄집어내려고 애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그 흐름을 무리하게 끊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전환하는 것이다. 내가 사용하는 기본적인 흐름은 이렇다.


1. 과거 이야기 경청

고객이 감정의 뿌리를 찾도록 돕는 질문들을 한다.

(예) “왜 그런 일이 반복되었을까요?” “그때 나는 왜 아무 말도 못 했을까요?”“왜 사람들은 나를 오해했을까요?”


2. 의미 통합

고객이 그 경험을 자기 내면에 통합하도록 돕는 질문들을 한다.

(예)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3. 미래로 이동

코칭의 본질인 가능성과 선택이 살아날 수 있도록 돕는 질문을 한다.

(예) “이제는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나는 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 어제 그 고객을 다시 코칭한다면...


감정과 경험을 통합하는 질문

그 경험이 지금의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있을까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나는 어떤 점에서 달라졌을까요?

그 경험이 나에게 남긴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관점을 전환하는 브릿지 질문

그때와는 다른 지금의 나는, 다음에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그 통찰을 가지고, 지금 해보고 싶은 선택은 무엇일까요?

이전에는 회피했다면, 이번에는 어떤 방식으로 반응해 보고 싶은가요?

다음 직장에서는 관계 맺음을 어떻게 다르게 실험해 볼 수 있을까요?


선택과 행동을 촉진하는 질문

이번 주 안에 시도해 볼 수 있는 작은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지금의 내가 가장 먼저 바꾸고 싶은 관계 맺음 방식은 무엇일까요?

이 변화가 실제로 일어난 나의 모습은 어떤 모습일까요?


| 코치가 꼭 기억해야 할 한 가지


고객이 과거 이야기를 반복한다고 해서 그게 나쁜 것도 아니고, 감정 정리가 덜 됐다는 뜻도 아니다. 오히려 고객은 그 감정을 통해 변화의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중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그 에너지를 소중히 여긴 다음에 "그럼 이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로 이어주는 것이다.

코칭은 상담과는 다르다. 감정의 치유보다는 선택과 성장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일이다. 하지만 그 방향성은 과거를 부정하거나 억누른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과거를 이해하고 자원화했을 때, 자연스럽게 가능성의 문이 열린다. 이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면, 고객은 결국 자기 안의 진짜 힘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나 역시 더 단단한 코치로 성장하게 된다.



코치는 고객이 가진 내면의 힘과 가고자 하는 방향을 연결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치님, 질문이 잘 이해가 안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