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코칭을 해야 할 코치가 톡을 보냈다. “가치관 두 개가 상충해서 선택을 못하고 있는 고객을 코칭하는 법을 알고 싶어요.” 이 글을 보는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이 코치는 고객의 ‘존재’보다 ‘문제 해결’에 더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코칭은 고객의 삶을 ‘수리’하는 것이 아니다. 선택을 유도하거나 갈등을 정리해 주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고객의 내면 깊숙한 자리로 안내하여, 본질적인 자각이 일어나도록 돕는 일이다. 그렇다면 가치가 충돌하는 상황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존재 전체를 만날 수 있는 통로일 수 있다.
고객이 “두 개의 가치가 충돌해 선택을 못 하겠다”라고 말할 때, 코치는 흔히 해답을 찾으려 한다. 이 중에서 더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 무엇을 선택하면 후회가 덜할지를 묻는다. 이는 고객을 '결정하지 못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동시에 코칭을 ‘문제 해결의 기술’로 축소시킨다. 하지만 코칭은 본질적으로 존재 중심적이다. 고객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보다, 선택 앞에 선 고객이 누구인지를 탐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가치가 충돌할 때, 그것은 고객 안의 두 가지 중요한 진실이 마주한 것이다. 이 충돌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 충돌을 품은 고객의 모습을 그대로 비춰주는 것. 바로 그 지점에서 진짜 통합이 시작된다.
존재 중심의 코칭에서는 고객이 ‘무엇을 선택할지’보다, 그 선택 앞에 서 있는 자신을 바라보게 돕는다. 반면, 문제해결 중심의 코칭은 보통 선택이나 실행을 촉진하는 쪽으로 질문이 흘러간다. 이 지점을 좀 더 명확하게 나누어 보기 위해, 아래와 같이 문제해결 중심 질문과 존재 중심 질문의 차이를 비교해 보았다.
[문제해결 중심 질문]
이 두 가치 중에서 지금 현실적으로 조금 더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요?
각각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상상해 본다면요?
지금 이 상황에서 부담이 덜한 쪽은 어디라고 느끼시나요?
시간이 흐른 뒤, 덜 후회할 선택은 무엇일까요?
▶ 얼핏 보면 성찰을 유도하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탐색하기보다는 결정과 실행으로 이끄는 논리적 사고 흐름을 강화한다. 따라서 고객의 내면에 머물기보다, ‘결정해야 한다는 프레임’ 속으로 고객을 다시 끌어올 가능성이 있다.
[존재 중심 질문]
지금 이 두 가치가 모두 중요하게 느껴지는 당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무엇이 보이나요?
이 두 가치 사이에서 서성이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요?
이 갈등이 반복된다는 건 나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을까요?
쉽게 고르지 못하는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껴지시나요?
▶ 이러한 질문은 고객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고, 내면의 의미를 탐색하게 한다. 답을 찾기보다, 자신의 진실에 머무는 공간을 열어준다.
코칭이 문제 해결로 흐르는 순간, 코치와 고객 사이에는 긴장이 생긴다. 코치는 해결책을 찾으려 하고, 고객은 ‘옳은 답’을 찾아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낀다. 이럴 때, 코치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내가 지금 도우려는 건 고객의 선택인가, 아니면 고객의 존재 그 자체인가?’
고객이 선택을 하지 못해도 괜찮다. 중요한 건, 그 선택 앞에 선 자신을 깊이 만나는 일이다. 그 경험이 있으면, 어떤 선택도 견딜 수 있다. 그 순간을 함께 지켜주는 것이 코칭이다.
“고객이 가치를 선택하지 못한다”는 말 뒤에는 종종 코치 자신의 불안이 숨어 있다. 그러나 진짜 코칭은 고객의 상태를 바꾸려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믿는 데서 시작된다. 존재에 닿는 질문은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갈등을 끌어안은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고객은 어느새 자신 안의 통합을 경험하게 된다.
코칭은 답을 찾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이라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존재를
함께 바라보고 탐험하는 여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