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이번 코칭 망한 듯...
코칭을 마친 후 코치와 고객 모두 무언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느낄 때가 있다. 적절한 질문을 던진 것 같고 고객도 성실히 답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핵심에 닿지 못한 느낌. 최근 한 50대 초반 여성 고객과의 대화를 복기하며, 코치인 나의 내면에서 어떤 판단과 오류가 작동했는지 솔직하게 성찰해 본다.
코치: 반갑습니다. 오늘 이 코칭 시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해볼까요?
고객: 요즘 부쩍 느껴지는 '불안감'에 대해 다루고 싶습니다. 객관적으로 보면 저는 아무 걱정 없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고 있고, 회사의 지원으로 다양한 취미 생활도 즐기고 있지요. 그런데 문득 ‘이렇게 계속 살아도 괜찮은 걸까’ 하는 의문이 들면서 불안해집니다.
코치: 남들이 보기엔 평온한 일상이지만, 내면에서는 소리 없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군요. 지금 느끼는 불안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주세요.
고객: 주변 사람들은 모두 치열하게 살고 있는데, 저만 안주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10년 뒤면 정년인데, 퇴직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거든요. 그런데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 막막해집니다. 갱년기 때문일지도 모르겠고요.
코치: 퇴직 후의 삶을 준비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시군요. 그렇다면 현재 생각하고 계신 퇴직 후의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고객: 두 가지 정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정책 연구 업무를 이어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가 아닌 손으로 하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일입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맞는 길인지 모르겠습니다.
코치: 그렇다면 그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느 쪽을 생각할 때 고객님의 심장이 조금 더 빠르게 뛰거나 살아있음을 느끼십니까?
고객: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하고 싶어서라기보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따져보니 그 정도 선택지가 나온 것뿐이라 가슴이 뛰지는 않습니다.
코치: 고객님, 그럼 잠시 현실적인 제약을 내려놓고 상상해 보십시오. 만약 10년 뒤 퇴직을 하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했을 때,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을까요?
고객: 질문을 들으니 조금 당혹스럽습니다. 사실 저는 예전부터 미래를 멀리 내다보고 계획을 세우기보다, 그때그때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온 사람입니다. 그래서 지금 저에게 미래의 방향성을 결정하라고 하시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코치: 불안을 느끼는 강도가 향상 같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떨 때 불안감이 심해지는지 또 어떨 때는 불안감이 안 느껴지는지 궁금합니다.
고객: 얼마 전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지금도 치열하게 자기계발을 하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며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안감이 안 느껴질 때는 일을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일에 몰입하니까요.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정작 몸은 하기 싫으니까 불안한 것 같습니다.
<후략>
① 원인 분석에 매몰된 탐색: '불안의 뿌리를 찾으려는 조급함'
고객이 호소하는 불안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그 불안의 '원인'을 찾는 데 집중했다. "언제 불안이 심해지는지", "무엇이 불안을 만드는지"를 분석하려 했던 코치의 조급함이 오히려 고객을 분석의 대상으로 만든 것은 아닐까? 불안은 분석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그저 함께 머물러야 할 감정이었음에도, 원인을 찾아 제거하려는 '해결사'의 태도를 취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② 코치의 무의식적인 판단: '이분은 아무 걱정 없는 분 아닌가?'
대화 도중 내 안에서는 "객관적으로 보면 이분은 정말 아무 걱정 없이 사시는 분인데?"라는 판단이 슬며시 고개를 들었던 것 같다. 이러한 나의 사적인 판단이 'Being'에 대한 질문조차 형식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코치가 고객의 고통을 '충분히 그럴만하다'라고 온전히 수용하지 못하고, 나의 잣대로 고객의 상황을 평가하는 순간 질문의 힘은 상실된다.
③ 변화의 본질에 대한 회의: '준비한다고 정말 준비가 될까?'
고객이 미래를 불안해한다고 느껴졌을 때, 내 마음 한구석에는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지금 준비한다고 해서 정말 준비가 될까? 그냥 지금을 누리는 게 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이 스쳤다. 고객의 변화 의지를 전적으로 지지하기보다, 나의 비관적인 전망이 질문의 끝을 흐리게 만든 것은 아닐까? 고객의 '새로운 출발'을 돕기 위해서는 코치가 먼저 변화의 가능성을 온전히 믿어주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만약 남들에게 증명할 필요도 없고 생존을 위협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오직 스스로의 내적 즐거움만을 위해 에너지를 쏟는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으십니까?
코칭을 할 때마다 중식의 전설 여경래 셰프와 그의 제자 박은영 셰프의 일화를 떠올리곤 한다.
처음 조리장이 된 박은영 셰프가 VIP 고객으로부터 요리에 대한 혹평을 듣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절망하고 있을 때, 스승인 여경래 셰프는 그를 꾸짖는 대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네가 하는 요리 다 마음에 든다. 오늘 일 마음에 두지 말고, 지금처럼 재밌게 해라.” 박은영 셰프는 그 순간을 회상하며, 자신조차 자신을 믿지 못할 때 끝까지 나를 믿어준 단 한 사람에 대한 깊은 감사를 전했다.
코칭의 본질 또한 세련된 분석이나 날카로운 질문에 있는 것이 아닐지 모른다. 오히려 불안에 떨고 있는 고객에게 “당신이 어떤 상태이든, 나는 당신의 가능성을 온전히 믿는다"라는 단단한 확신을 전하는 것에 가깝다. 그 믿음의 힘이 주방으로 돌아가는 제자의 눈물을 닦아주었듯, 나의 코칭 역시 막막함에 멈춰 선 누군가를 다시 걷게 하는 따뜻한 지지대가 되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