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HR) 관련 업무를 하다 보면, 유난히 자주 마주치지만 결코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는 질문이 있다. 바로 “실력 좋은데 인성이 별로인 사람”과 “인성은 좋은데 실력이 부족한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하겠느냐는 딜레마이다. 채용 면접, 리더십 교육, 조직문화 워크숍 등 조직의 사람 문제를 다루는 곳이라면 어디든 이 질문은 단골손님처럼 등장한다.
그리고 오늘날 이 질문에 대한 사회적인 '정답'은 어느정도 정해진 듯하다. 협업과 팀워크가 중요한 시대이므로 “결국 인성이 중요하다”는 쪽으로 논의는 흐른다. 각종 경영 서적, 설문조사, 조직문화 캠페인 등은 성과보다 태도, 스킬보다 인성, 능력보다 사람됨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내놓는다. 국내 한 취업 포털의 설문조사에서는 인사 담당자의 80% 이상이 '인성 및 태도'가 면접 평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바 있다.
사실 이 주장이 힘을 얻는 데에는 '관리 가능성'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이 깔려있다. “실력은 가르치거나 키울 수 있지만, 인성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즉, 인성 결함은 조직이 감당하기 어려운 통제 불가능한 리스크로 간주되는 반면, 실력 부족은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여 관리 가능한 리스크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 앞에서 고개가 선뜻 끄덕여지지 않을 때가 많다. 이 질문은 현실의 복잡성을 너무 쉽게 단순화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실력과 인성을 마치 저울의 양쪽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듯이, '둘 중 하나를 반드시 선택하라'는 이분법으로 몰고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둘은 같은 방식으로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실력은 평가자의 관점이 들어가는 불완전한 개념이다. 그러나 최소한 논리적으로 설명 가능한 영역에 있다. 맡은 역할 대비 결과물의 수준, 성과 지표 달성 정도, 문제 해결 속도... 우리는 데이터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실력에 대해 토론할 수 있다. 의견 차이가 있더라도, 논의의 출발점은 공유할 수 있는 '공동의 언어'인 셈이다.
반면, 인성은 이야기가 다르다. 인성에 대한 평가는 종종 “같이 일하기 편하다”, “태도가 좋다”, “조직에 잘 맞는다”와 같은 주관적인 인상에 크게 의존한다. 팀이 바뀌면 평가가 달라지고, 상사가 바뀌면 인성이 바뀐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엇보다 '인성'이라는 모호한 단어 안에 너무 많은 가치가 뒤섞여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면 인성이 부족한 걸까? 성과 압박에 예민해지는 태도는 어디까지 용인되어야 할까? 인성 평가는 객관적인 기준이라기보다, "당신과의 관계에서 내가 느끼는 불편함"을 에둘러 표현하는 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더 많다.
아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인성보다 실력을 조금 더 중요하게 보는 쪽이다. 물론 대전제가 있다. 악의적이지 않을 것, 고의로 팀을 망치지 않을 것, 최소한의 직업윤리는 지킬 것. 이 선을 넘지 않는다면, 나는 허용 가능한 수준의 이기심이나 경쟁심을 가진 실력 있는 사람과 일하는 편이 조직에 더 낫다고 믿는다.
실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나오는 선의(善意)는 결국 다른 사람의 추가 노동으로 보완된다. 그리고 그 부담은 대개 실력 있는 팀원에게 조용히 쌓인다. 뛰어난 실력은 조직의 성과를 견인하며, 때로는 부족한 인성으로 인한 사소한 관계적 마찰을 상쇄할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반면, 아무리 좋은 인성도 반복되는 실력 부족은 조직 전체의 비효율과 사기 저하를 초래한다. '그래도 인성이 좋아서 괜찮아'라는 말은 종종 "일은 못하지만 어쩔 수 없지"의 다른 표현처럼 쓰이기도 한다. 이 말은 실력 부족에 대한 논의를 덮어버리고, 결국 조직에 남는 진짜 썩은 사과는 '일하지 않는 비효율'이 되어버린다.
단점은 장점의 과잉사용이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람에게는 애초에 명확하게 구분되는 장점과 단점이 따로 존재한다기보다, 각자의 고유한 특성이 있을 뿐이다. 그 특성은 어떤 상황에서는 강점이 되지만, 다른 상황에서는 약점으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높은 성취 욕구와 경쟁심은 성과가 중요한 국면에서는 조직을 앞으로 밀어붙이는 동력이 된다. 그러나 협업과 합의가 중요한 상황에서는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 반대로, 온화함과 배려는 팀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지만, 변화와 속도가 요구되는 순간에는 결정 지연이나 책임 회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성’ 역시 절대적인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은 맥락의 문제이고, 역할과 상황의 문제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성을 너무 쉽게 “좋다”거나 “나쁘다”는 단순한 판단으로 재단해 버린다. 그 판단의 상당 부분은 사실, 특정 상황에서 드러난 한 가지 모습에 대한 반응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예외는 있다. 어느 상황에서도 다수의 사람이 문제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행동과 태도는 분명 존재한다. 타인을 의도적으로 해치거나, 책임을 회피하고, 반복적으로 조직의 기본 질서를 무너뜨리는 특성은 맥락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 다만 그런 경우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HR의 역할은 사람을 선과 악, 인성과 비인성으로 가르는 일이 아니라, 어떤 특성이 어떤 상황에서 발현되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일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 특성이 과잉 사용되고 있다면, 그것을 교정하거나 맥락을 바꾸는 선택지를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