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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칭 자격증 따시려고요?

KAC, KPC 후기

by Helen


어쩌다 보니 코칭 자격증의 개미지옥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맛이나 좀 보겠다는 마음이었지요. 필요한 코칭시간을 채우고 교육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는데 막상 가장 낮은 등급인 KAC(Korea Associate Coah)를 취득하고 보니 개나 소나 다 따는 게 KAC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지금 KAC 준비 중인 분들에게는 죄송합니다^^;;) 내가 코칭을 잘해서 합격했다는 성취감은 잠시잠깐뿐, 코칭에 대한 초기 진입장벽을 낮추어서 많은 사람들이 시험에 도전하도록 유도하는 치밀한 설계에 말려 들었다는 느낌이었어요. 그야말로 개미지옥의 시작이었습니다.


반골 기질 상 살짝 반항심이 들었지만 이미 시작해 버렸기 때문에 희소가치가 거의 없는 KAC에 머무르기에는 그동안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웠습니다. 결국 반항심은 잠시 접어 두고 그들(?)의 설계대로 다음 단계인 KPC(Korea Professional Coach)까지는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딱 거기까지만 하고 더 이상은 하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하면서요.


KAC는 5개월 정도, KPC는 1년 남짓 걸렸던 것 같고요 매일 조금씩 꾸준히 준비했습니다. 코칭 시간을 채우고 교육을 받으면서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쌓아 나가는 과정은 힘들기도 했지만 즐거움도 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지난 12월 2일 KAC에 이어 KPC 첫 도전에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내가 원래 시험에 강한 사람은 아닌데...) 다짐했던 대로 코칭 자격증 도전은 이것으로 마무리될 듯합니다. 그런데 더 도전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니 뭔가 아쉬운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지금 이 순간 코칭 자격증의 개미지옥에 빠져 있는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될까 하여 자격증 취득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남겨 보려고 합니다.


실력 향상의 지름길! 버디코칭 후의 복기


처음 KAC를 도전했을 때에는 의욕이 넘쳤습니다. 연습(버디코칭)도 매번 실전처럼 했습니다. 버디코칭을 할 때마다 네이버 클로바노트(https://clovanote.naver.com/)를 이용해서 목소리를 text로 변환시켰고 대화기록을 워드파일로 다운로드하여 꼼꼼하게 복기를 했습니다. 참고로, 휴대폰으로 녹음한 것이 아니고 노트북의 녹음기 앱을 이용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목소리는 거의 녹음되지 않습니다. 상대방 목소리가 녹음될 경우에는 사전에 허락을 구하는 것이 매너인 것 아시지요?


복기 시간은 15~20분 정도 소요되곤 했습니다. 복기를 하다 보면 그동안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나쁜 습관들을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나의 경우 TMI가 많았고(공감의 표현을 한다는 것을 핑계로 쓸데없이 내 얘기를 늘어놓음), 맞장구를 칠 때 반말을 쓰기도 하더군요. 칭찬과 인정에 인색한 것도 나의 단점이었습니다. 가끔 폐쇄질문을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그 폐쇄질문을 개방질문으로 바꾼 다음 소리 내어 몇 번 읽어 보면서 입에 익도록 했습니다. 기록된 내용을 세부적으로 복기한 다음에는 전반적인 흐름을 검토하면서 고객에게 의미가 있는 코칭이 되려면 어떤 질문이 더 필요했을까에 대한 아이디어를 메모하기도 했습니다.


사실 위와 같은 방식은 나뿐 아니라 꽤 많은 분들이 하고 있는 방식입니다. 남들은 잘하지 않은 나만의 특이점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내가 고객이 되어 코칭을 받은 경험에 대해서도 복기를 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내가 코칭받았던 상황을 떠올리면서 코치 분의 이런 질문이 좋았다, 이런 질문을 안 해서 아쉬웠다, 나 같으면 이렇게 질문했을 텐데.... 등에 대한 내용을 주로 메모했지요.


버디코칭을 하다 보면 코치 역할에만 에너지를 집중하고 고객 역할은 대충 하시는 분들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고객 역할을 하는 시간은 코칭의 파워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저에게는 매우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코칭을 받고 나면 코칭이 좋아지고 더 많이 하고 싶어지거든요. 코치 역할을 하는 시간이 학습한 코칭스킬을 활용할 기회라면 코칭을 받는 시간은 코칭이 얼마나 파워풀한지 확신하게 만드는 동기부여의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었지요.



버디코칭 복기는 나의 코칭 스킬을 향상하는 최적의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을 코칭시간을 채우기 위해 연습하는 긴 시간 내내 활용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어느 정도 코칭 대화모델에 익숙해지고, 필요한 스킬을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으며, 나쁜 대화습관이 개선되었다고 판단되면 복기 없이 쉬엄쉬엄 연습해도 됩니다. 코칭 연습을 하다 보면 버디코칭이 재미없게 느껴지거나 왠지 지겨위지면서 슬럼프에 빠지기 쉽거든요. 너무 스스로를 다그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더 즐겁고 재미있게, 또 의미 있게 연습을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 보면서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신 시험 응시를 위해 서류를 제출한 다음 실기시험까지 남은 3주 정도의 기간은 효율적으로 잘 활용해야 합니다.


서류제출 후의 실기시험 준비(특히 KPC)


시험을 위해 서류를 제출하고, 필기시험을 보고, 마지막 실기시험에 응시하기까지 대략 3주 정도가 걸립니다. 필기시험을 위해서는 당연히 코칭 핵심역량 등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고요, 필기시험에 합격한 다음에는 실기시험을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버디코칭을 통해 기본 실력이 어느 정도 갖추어졌다면 마지막 집중 연습은 갖춰진 실력을 최대한 극대화해서 발휘하기 위한 시뮬레이션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방법을 차례차례 실행했습니다.


① 코칭 시연 영상 모니터링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멋진 코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내가 배우가 되어 그 사람을 연기한다는 생각으로 실기시험을 봐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유튜브에 있는 코칭 시연 영상을 몇 개 둘러보고 그중 시험상황에 적합하면서도 코치의 어휘구사가 나와 비슷한 영상을 하나 골랐습니다. 그 영상의 대화 내용을 모두 text로 변환시킨 다음 집중적으로 복기를 했지요. 이 질문은 나 같으면 생각 못했을 질문이구나, 이 부분에서 고객이 사용한 단어를 캐치한 건 아주 중요했구나, 인정과 칭찬은 이렇게 하는 것이 효과적이구나, 음성의 피치, 속도 등도 신경 써야겠구나... 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우로서연기를 하기 전에 다른 봬우의 연기를 분석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② 시험 상황에서 실제 활용할 시나리오 작성


실기시험 3~4일 전쯤 나만의 시나리오를 만드는 작업을 했습니다. 이때 시나리오만 만든 것은 아니고요, 그동안 발견했던 나의 단점을 [습관 고치기]라는 제목으로 상단에 메모해 두었습니다. 시험 전에 그것을 보면 아무래도 더 조심하게 될테니까요.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 Google Keep에 메모한 내용을 캡처해서 올립니다.


캡처.PNG

사전에 코칭의 흐름에 맞추어 시나리오를 작성하는 것은 코칭시간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매우 중요합니다. 또 단계별로 코치가 해야 할 말을 대사처럼 기록해 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미리 코치가 해야 할 말을 적어놓는 것의 좋은 점은 문장의 길이, 단어의 선택 등을 즉흥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신중하게 검토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사전에 계획할 수 있는 것은 주로 코칭 초반 도입부에만 해당되고요 실제 코칭의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게 되면 고객과의 상호작용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울 수 없습니다. 그때는 고객의 맥락에 맞추어서 진행하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거기에서 실력차이가 나겠지요.


단계별 시간배분(KPC 기준 25~30분)

도입 (~2분) : 코치 인사, 호칭 결정, 개인정보 보호 안내, Rapport 형성 (사전 시나리오 작성 가능)

주제탐색/고객탐색 (~7분) : 주제 확인, 주제의 의미, 바라는 모습 (사전 시나리오 작성 일부 가능)

주제와 목표 확정 (~10분) : 현 상황 확인, 목표 확인, 주제와 목표 합의 (사전 시나리오 작성 일부 가능)

실행방안 탐색, 고객탐색 (~18분) : (사전 시나리오보다는 활용가능한 질문 후보 나열 가능)

실행 촉구 (~22분) : (사전 시나리오 작성 일부 가능)

마무리, 인정하고 용기주기 (~25분) : (사전 시나리오 작성 일부 가능)


저의 경우 연습을 위한 버디코칭을 할 때에는 Rapport 형성 단계에서 늘 비슷한 질문을 하곤 했습니다. "오늘 날씨가 굉장히 좋은데 컨디션 어떠세요?"라는 식이었지요. 하지만 실기시험을 대비한 시나리오에서는 다른 질문을 준비했습니다. "오늘 토요일이네요. 고객님에게 평소 토요일 이 시간은 어떤 시간인가요?" 질문을 살짝 다르게 했을 뿐인데 실제 시험 상황에서 고객 역할을 했던 파트너 분이 예상 밖의 답변을 했고, 고객이 코치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늘 연습하던 대로 하는 것도 좋겠지만 사전에 준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어휘 선택, 문장의 구성 등을 다시 한번 재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참고로 실기시험은 전화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노트북 화면에 띄워 놓고 그대로 읽어도 아무 문제없답니다. 일단 시작이 좋으면 그 뒤는 잘 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특히 코칭을 시작할 때 코치가 해야 할 말은 미리 적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③ 시나리오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버디코칭


시나리오가 준비되었다면 이제는 그 시나리오가 잘 작성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평소처럼 버디코칭을 하면 되는데, 마지막 점검이기 때문에 실제 실기시험과 최대한 비슷한 조건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 전화하는 중 다른 곳에서 전화가 올 수도 있어서 '통화 중 대기' 서비스를 해지했고요 책상과 의자 상태, 이어폰 작동 상태, 적절한 음료수 등도 꼼꼼히 점검했습니다.


시뮬레이션은 2회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 실기시험을 볼 때와 최대한 같은 조건과 환경을 만들어 놓고, 준비한 시나리오와 스톱워치 앱을 노트북 화면에 띄워 놓은 상태에서 버디코칭을 했지요. 버디 코칭 전 시나리오 상단에 적어 놓았던 [습관 고치기]의 내용을 먼저 읽은 다음, 내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코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연기를 한다(흉내를 낸다) 생각하면서 시작멘트를 했습니다. 시뮬레이션 후에는 따로 복기를 하지 않고 시나리오를 수정, 보완하면서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여기까지 하고 나니 실기시험 당일 그리 떨리지는 않더군요. 준비하고 연습한 그대로 했고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나 너무 잘한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합격 통지를 받고야 말았습니다. 브라보! 하지만 전 KPC로 끝낼 거예요. 개미지옥을 탈출할 거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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