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칭자격증 준비, 못다 한 이야기

by Helen

며칠 전 작성한 '코칭 자격증 따시려고요?' 글을 본 지인이 KPC 준비에 많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대충 끄적거린 글이었는데 좋은 피드백을 받고 보니 살짝 모골이 송연해지더군요. 더 꼼꼼히 쓸 걸 너무 대충 쓴 것 같네, 나중에 원망 들으면 어떡하지.. 등등 후회가 밀려왔어요. 그래서 지난 글에서는 생략했거나 미처 쓰지 못한 이야기를 조금 더 갈무리해 볼까 합니다. (도움이 된다고 했던 지인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정리하는 글이 될 것 같습니다)


나만의 코칭 대화 모델 만들기


실기시험을 위한 사전 시나리오를 작성할 때 각자 교육을 받은 기관에서 제시하는 대화모델(GROW 모델, STAR 모델 등)을 기반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KAC를 준비할 때에는 STAR 모델(CiT코칭연구소의 코칭 대화모델)을 기반으로 시간계획을 짜고 시나리오를 작성했던 기억이 납니다.


KAC 실기시험은 15~20분이라는 짧은 시간에 코칭을 하는 것이라 큰 문제가 없었는데, 25~30분 안에 코칭을 해야 하는 KPC 시나리오는 대화의 흐름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가 꽤 중요해지더군요. 기관마다 저마다의 대화모델을 수강생들에게 가르치다 보니 버디코칭을 할 때 연습 상대와 묘한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나는 고객 입장에서 이미 주제와 목표를 합의를 했다고 생각하고 대안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코치 역할을 맡은 상대방은 아직 목표 합의도 안 했는데 대안을 말해버려서 당황스럽다고 했던 적이 있었어요. 실제 실기시험 장면에서도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장 고민이 많았던 부분은 STAR 모델의 두 번째 단계인 TARGET, 즉 목표 합의 부분이었습니다. CiT의 경우 목표를 주제보다 확장된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는 반면 타 기관에서 교육을 받은 분들에게 물어보니 주제와 관련된 하위 개념으로 목표를 이해하고 있더군요. 개인적으로 CiT의 접근을 좋아하기는 하지만(모호한 상태에서 고객이 가져온 주제의 실타래를 효과적으로 풀어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의 관점 전환 차원에서 확장된 사고를 하도록 돕는 것은 중요하니까요) 실기시험 상황에서 고객과 합의하기 위한 목표는 코칭을 통해 얻고자 하는 구체적인 달성지점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자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KAC를 준비하면서 어느 정도 익숙해진 GROW 모델, STAR 모델 외에 유튜브의 동영상 시연 영상에서 제시되는 대화 흐름을 몇 가지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결심했지요. 기존에 학습한 대화모델과 결별(?)하고 나만의 모델을 새로 만들자! 나만의 모델이라고 해서 대단한 창의성을 발휘한 신박한 모델은 아닙니다. 어차피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심사기준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다만, 나에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내 것으로 체득하기 쉬운 대화모델이 필요했습니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Story-Target-Action Plan-Recap과 같은 추상적이고 팬시한 제목이 아니라 직관적으로 이해되기 쉬운 제목으로 흐름을 재구성하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저의 경우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보고서를 많이 쓴 탓에 무미건조한 언어표현이 직관적이고 익숙합니다. 어떻게 재구성했는지는 지난 '코칭자격증 따시려고요? 글에서 소개해 드렸는데요 여기에서는 대화의 흐름 중심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제목의 무미건조함을 바로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 (더 자세한 내용은 맨 아래 링크를 타고 이전 글을 봐주세요)


단계별 시간배분(KPC 기준 25~30분)

도입 (~2분)

주제 탐색/고객 탐색 (~7분)

주제와 목표 합의 (~10분)

실행방안 탐색, 고객 탐색 (~18분)
※앞에서 나온 고객 탐색과 다른 점은 Being 질문을 활용한 고객탐색이라는 점

실행 촉구 (~22분)

마무리, 인정하고 용기주기 (~25분)

마지막 준비의 지향점은 '잠재력 끌어올리기'


꽤 많은 분들이 실기시험 마지막 연습을 위해 코더코(코치더코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지인에게 코더코를 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를 소개받았고 두 번 정도 실습 후 피드백을 받아 보았는데요, 시험 직전까지 이런 식으로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 의구심이 들더군요. 예전에 프레젠테이션스킬에 대한 강의를 열심히 하던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놀라운 발견이 있었습니다. 실습 후 수강생들의 개선점을 꼼꼼히 피드백한 경우 그다음 실습에서 단점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지적받은 단점이 강화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다시 말해 지적을 당하면 자꾸 지적당한 단점에 집중하게 되어 그 행동을 오히려 더 많이 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오래전 코칭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 읽었던 티모시 갤웨이의 '이너게임'이라는 책이 생각났습니다. 하바드대학에서 테니스 코치를 하던 저자는 가장 좋은 학습 방법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관찰하며 내버려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나하나 교정하려 하기보다는 내면의 자아(본능적인 학습의 자아를 자아 2라고 지칭함)를 신뢰하고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학습이 된다는 것이었지요. 아시다시피 티모시 갤웨이의 '이너게임'은 코칭의 철학과 원리의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왜 코칭 공부를 하면서 자꾸 코칭 스럽지 않은 방식으로 학습하는 것일까요?


기시험 직전까지 코더코를 받는 것은 코칭스킬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신의 단점을 하나라도 더 찾아내겠다는 무모한 의지로 보였습니다. 그런 방법이 필요하고 잘 맞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코칭답게 마지막을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실기시험 전 일주일 동안 제가 집중한 것은 어떻게 나의 잠재력을 끌어올려서 자신감을 붙일 것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일주일을 보냈는지는 이전 글을 참고해 주시면 되는데요, 간단히 요약하면 ① 코칭 시연 영상 찾아보고 복기하기(멋진 코치를 연기하는 이상적인 배우의 모습 찾기) ② (이상적인 사례를 참고하면서) 나만의 시나리오 작성하기, ③ 시나리오 활용해서 시뮬레이션하기였습니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①번이었습니다. 이상적인 모습을 찾아 분석해서 흉내 내려고 하다 보면 나의 단점은 도드라져 보이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보완되더군요. 나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에 집중한 코칭 연습을 통해 리얼 코칭 파워를 체험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코칭 자격증을 준비하면서 '이게 내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까?''돈벌이로 연결될 수 있을까?' 늘 고민했습니다. 실제 그 주제를 가지고 버디코칭을 진행한 적도 여러 번 있었고요. 사실 돈벌이가 될지 어떨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조금씩 나이 들어가면서 나의 중년, 노년의 인생이 풍성해지려면 사람들과의 만남이 중요하고 그 만남의 Quality는 나의 소통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KPC를 획득한 지금의 저를 KAC 취득 준비를 시작했을 때의 저와 비교해 보면, 사람의 감정과 욕구를 조금 더 쉽게 캐치할 수 있게 되었고 공감능력도 훨씬 좋아졌습니다. 사용하는 언어도 조금 부드러워졌고요. 조금 더 공부해서 더 높은 단계의 자격증을 준비한다면 한층 더 '향기로운 어른스러움'이 생길 것이라 기대되지만 우선은 여기까지로 저의 코칭 자격증 취득 여정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참고글 '코칭 자격증 따시려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코칭 자격증 따시려고요?